정부의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 조치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불법 사이트 895곳 접속을 막기 위해 '서버명지정(SNI)'으로 불리는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했다. SNI 방식을 이용하면 인터넷 사업자는 사용자가 주고받는 데이터 내용인 '패킷'을 열어 불법 유해 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파악, 차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접속을 금지한 불법 음란물과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면이 블랙아웃 상태로 변한다. 우회로 접속하던 방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지금까지 나온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SNI 방식을 활용하면 이용자 패킷을 볼 수 있어 사생활 검열이라는 우려다. 합법적인 성인 동영상까지 차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패킷을 열어 보는 행위가 과잉 감청·검열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까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은 17일 현재 22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저지, 저작권이 있는 웹툰 등 보호 목적을 위해서라면 동의한다”면서 “https 차단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로, 인터넷 검열 시초가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도, 반대 의견도 수긍이 간다. 불법 사이트가 근절되지 않은 데에는 기존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강력한 조치는 당연한 수순이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콘텐츠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제기한 사전 검열이자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무시하기는 찝찝하다.
명확한 규제 원칙이 나와야 한다. 불법 외에 다른 사이트까지 차단할 가능성은 있는지, 정말 도·감청 위험이 존재하는지, 강력한 조치에 따른 파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시원한 대답과 함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 지적 때문에 강력한 규제에 나섰고, 전후 설명 없이 도·감청 우려가 없다”는 방통위 해명만으로는 석연치 않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명확한 명분과 합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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