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위원이자 입시 분야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김경범 서울대 교수가 고교학점제 준비를 위해 학생부를 내신경쟁이 아닌 학생 개인 노력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재정난에 빠지고, 결국 내신 경쟁과 서열화는 의미를 잃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정시와 수시를 통합해 입시구조를 단순화시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전문가가 고교학점제 관련 대입 정책 전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14일 고교학점제 교원 연수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2021학년도 입시가 끝난 후에는 전국 333개 대학 중 40개가 사실상 없어지고 120개 대학이 치명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80% 대학이 모집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서열화가 의미가 없어지고 내신 경쟁 보다는 학생 지식의 활용도를 높이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평가 위주로 가면 결국 남는 것은 내신 경쟁 밖에 안남는다. 서울대 평가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학생 개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의 선택을 넓히고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다. 2025년 국내 전면 시행된다. 김 교수는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형식보다는 학생의 호기심과 자발성을 끌어내는 교육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6차 이후로 교육과정이 제대로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면서 “성취평가제나 고교학점제, 중학교 자유학기제나 모두 취지는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이후로 수능을 바꾸지 않은 적이 없다. 사교육비 등 많은 문제점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이며, 과거에 비추어 다음 정권에도 수능제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어 “학점제는 어떻게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할 것인가와 수업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며 “보통 학생부에는 실패한 경험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데 실패를 통해 자발성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가 갖는 문제점 중 하나인 학교 간 격차는 온라인 수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몇몇 교육청에서는 온라인과정을 시작했는데, 유튜브와 같은 현재 온라인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많은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면서 “교사들이 정부가 온라인 강좌를 만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시도도 해보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