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 한 해 통화정책 운영에서 미·중 무역분쟁을 주요 요소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집값이 안정세로 들어섰음에도 이미 가계부채 총량이 높아 주의해야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국은행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19년 2월)'에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담았다.
앞서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1.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 따른 효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자본유출 압력 우려가 줄어든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통화정책은 성장과 물가가 예상 경로에 부합하는지 점검하면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도 중점 고려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 마찰 전개 방향이 불확실해지면서 국내 경제에 이미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 중국 수출이 지난해 11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중국은 제조업 관련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12월 중국 수출이 9개월 만에 줄었다.
한은은 양국이 통상과 외교 등 여러 문제로 얽혀 있어서 협상 기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금리정책 속도 조절 배경이 된 경기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국내 금융 불균형 위험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 등으로 수도권 집값 안정세에 들어섰고 개인사업자대출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럼에도 가계부채 총량 수준이 이미 높아 둔화 추세 지속 여부를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명목소득 증가율과 비슷할 때가 적정 수준이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부채 증가율이 5%후반대로 될 것으로 보여 소득률보다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계부채 비율(자금순환 기준)이 작년 9월 기준 96.9%다. 가계부채 증가율(6.8%)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1%) 3배가 넘었다. 여기에 올해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면 치솟던 가계부채가 잡혔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소비심리는 비관적이지만 민간소비가 대폭 둔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병호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장은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 내수활성화 정책 등은 소비의 완만한 증가 흐름을 뒷받침할 전망”이라며 “최근 소비 패턴이 프리미엄 가전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미세먼지 때문에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증가하면 소비에 상당 부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