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감사시간 확정, 3년내 감사부담 2배로...기업들 단체 반발 "행정소송 불사"

표준감사시간 최종 결정에도 피감기업의 거센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상장사와 자산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 등 총 4000여개 기업의 감사부담은 30∼50%,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는 3년 이후에는 최대 2배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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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정기세미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회계업계는 상승률 상한제 도입, '최소' 개념 삭제 등 수용 가능한 의견을 모두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피감기업은 단순 감사보수 증가를 위한 회계업계의 일방 행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단체행동과 소송전 등으로 장기화할 전망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표준감사시간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어 표준감사시간 최종안을 심의·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 감사에 필요한 적정시간을 말한다.

표준감사시간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는 올해부터 즉시 100% 적용되고, 자산 500억~2조원 상장사·코넥스 기업과 사업보고서 제출기업·자산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에는 단계 적용한다. 총 4886개 회사가 표준감사시간 적용을 받게 된다.

500억~1000억원 비상장사는 내년, 200억~500억원 비상장사는 2020년까지 적용을 유예한다. 200억원 미만 비상장사는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한공회는 표준감사시간이 직전년도 감사시간보다 30%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상승률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는 50%로 상한을 뒀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시간 가산율도 당초 40%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은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기업 측 의견 중 수용 가능한 의견은 모두 반영한 결과물”이라며 “표준감사시간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니 시간을 두고 유효한 제도로 차근차근 정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표준감사시간 결정에 피감기업은 거세게 반발했다. 심의위 결정이 절차와 의견 수렴 과정을 무시하고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전일 심의위에 참석한 기업 추천 위원은 “심의위에서 22일 업계의견을 추가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합의를 갑작스레 뒤집어 나온 결과물”이라며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이유를 내세워 단순히 회계법인의 감사보수를 늘리기 위해 졸속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감사인 지정 시한에 맞춰 일부 회계법인 중심으로 이미 고액의 감사 보수를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 상장법인 재무담당자는 “표준감사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의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반발에 금융당국에서도 즉각 보완책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15일까지 감사인을 선임하면 감사인 지정 등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인 선임계약 법정기한인 14일에야 표준감사시간이 확정된 만큼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기업이 속출할 것을 대비해서다.

또 금융감독원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표준감사시간만을 근거로 감사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를 제재한다. 기업의 감사보수 현황을 공시하도록 해 적정 감사보수 책정 여부를 챙기기로 했다.

금융당국 보완책에도 피감기업 반발은 이어졌다.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 등 3개 상장기업 관련 단체는 표준감사시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개별 상장사 차원에서도 행정소송 등의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협의회 등 3개 단체는 “표준감사시간 제정의 절차·내용 상 하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표>표준감사시간 적용대상 그룹별 적용 예

자료:한국공인회계사회

표준감사시간 확정, 3년내 감사부담 2배로...기업들 단체 반발 "행정소송 불사"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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