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재정을 통합 관리하는 차세대 디지털예산 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기능별 모듈 형태로 구축한다. 디브레인 수출을 겨냥했다. 기존 디브레인은 다기능·고가의 '한 덩어리' 시스템으로, 번번이 수출에 실패했다. 정부는 디브레인 주요 기능을 개별 시스템으로 분리, 해외 각국이 필요한 기능만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4월 '차세대 디브레인 추진단'(가칭, 이하 추진단)을 구성해 디브레인 차세대 사업을 시작한다. 기재부는 디브레인 첫 가동(2007년) 12년 만에 전면 재구축 수준의 차세대 사업에 나섰다. 3년 반에 걸쳐 총 1180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올해 230억원이 예산으로 배정됐다. 차세대 사업 목표에는 노후 시스템 교체, 기능 고도화와 더불어 '수출'이 포함됐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디브레인을 모듈화한다. 디브레인 주요 기능(예산 편성, 집행, 자금관리, 국유재산·물품 관리, 채권·채무, 회계결산 등)을 개별 시스템으로 분리, 해외 각국이 '원하는 기능'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선진국은 대부분 재정 시스템을 이미 갖췄기 때문에 디브레인 수출 주요 대상은 개발도상국이다.
그러나 개도국은 자금 사정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재정관리 수준이 대개 낮아 디브레인 전체 도입은 부담스러워 하는 실정이었다. 그동안 기재부가 꾸준히 개도국 중심으로 디브레인 홍보, 노하우 전수, 기술 협력을 추진했지만 정작 수출은 한 건도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도국들이 디브레인 도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해당 국가 필요에 비해 기능이 많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 등이 걸림돌이 됐다”면서 “차세대 사업 과정에서 모듈화를 추진, 기능별 시스템 수출 공략이 목표”라고 말했다.
차세대 사업에 3년 반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국가별 컨설팅·교육 등을 수행, 수출 가능성을 넓힐 방침이다. 국가마다 재정 관련 제도, 기반 시설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세부 차세대 사업은 추진단 발족 후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추진단 구성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한다. 업계는 디브레인이 모든 부처와 관련된 시스템인 만큼 범부처 차원의 추진단이 꾸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기재부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구성한 추진단(구축 작업이 완료돼 현재는 '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관리단'으로 운영 중)이 차세대 디브레인 추진단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세대 사업 발주는 5월에 시작될 것으로 추측된다. 총 118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중소·중견은 물론 대형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는 제한됐지만 예외 규정이 있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디브레인 차세대 사업의 난이도와 규모를 고려하면 대기업 도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