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가 속속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벤처캐피털(VC)과 협업, 프라이빗에쿼티(PE) 설립 등 자기자본 투자 및 위탁 운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기업금융(IB) 경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부족한 자본력을 보완하고 모험자본 시장으로 투자영역 확대를 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소형 증권사가 모태펀드 및 성장사다리펀드 등 벤처펀드 주요 위탁운용사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며 벤처기업 발굴에 들어갔다.
BNK투자증권도 올해 초 325억원 규모 동남권일자리창출1호 펀드 결성을 마치고 운용에 들어갔다. BNK투자증권과 케이앤투자파트너스가 공동 운용하고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 등 BNK금융그룹 계열사가 출자했다.
전통 VC를 제치고 단독으로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중소형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단독 위탁운용사로 이름을 올리며 투자를 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500억원 규모 한화신산업글로벌플러스업펀드를 결성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KDB산업은행,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계열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 등이 대거 출자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2016년 한화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사업을 양수해 계열사 단위 벤처투자 역량이 강화되면서 단독 운용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한화투자증권이 창업투자업계 선도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자회사 키움PE를 통해 코스닥스케일업펀드 결성에 나서는 등 벤처기업, 성장기업 등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에 한창이다.
이처럼 중소형 증권사가 위탁운용 등 간접투자 형태로 비상장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IB 시장 투자 자산 다각화를 위해서다. 외부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형태로 성장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계열사 등의 출자를 통해 증권사의 부족한 자본력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IB시장은 자본력 싸움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중소형사가 개별 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유망 투자처를 미리 발굴한다는 차원에서 벤처투자 위탁 운용을 속속 확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IBK투자증권, SK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중소형사는 꾸준히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벤처펀드 및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공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자 기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여유자금을 벤처투자에 굴리는 외부위탁운용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할 것 없이 펀드 결성에 나서기 시작했다”면서 “벤처펀드는 기관 위탁운용 자금 외에도 추가 출자가 필요한 만큼 중소형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 계열사 등 출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