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우리 정치·경제·사회 단면을 상징하는 축약어다. 올해 선정된 낱말은 '임중도원(任重道遠)'. '짊어진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취임 3년차를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말 그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형국이다. 야심 차게 출발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도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민간인 사찰 논란까지 불거졌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권도 별 수 없다며 비아냥대는 소리마저 들린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짊어진 짐은 물을 머금은 듯 무거워져 간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나하나 실타래 풀 듯 조급함을 버리고 길을 나서길 바란다. 그 가운데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 주력 산업 활력 제고와 미래 경쟁력 강화다. 대내외 환경은 만만치 않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미래를 대비할 체력을 다져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우리 산업 고유의 DNA를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거운 짐부터 나눠야 한다. 실물경제와 산업정책만큼은 정부 부처와 공무원에게 힘을 실어 주자.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 해법도 만들어 내는 법이다. 모든 것을 청와대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야 한다.
그동안 올해의 사자성어는 대부분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말 속에는 어려운 현실을 함께 극복하자는 염원이 담겨 있다. 해결해야 할 난제는 많지만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임중도원의 참뜻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