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자율車 도로 위 '무방비'...테슬라·개조차에도 관리 기준 無

최근 국내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의 위험천만한 자율주행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행 도중에 필수 안전 기능을 무력화하거나 길거리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주행 테스트 영상까지 나왔다. 또 다른 전기차 이용자 가운데는 미국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들여와 자신의 차량을 불법 개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내는 아직까지 자율주행차 관련 안전 기준이 없다. 기존 자동차 관련법에 따른 불법 개조나 스마트폰 사용 말고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정부 차원의 점검과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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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유타주에서는 테슬라 모델S가 신호 대기 중인 소방차를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시속 97km로 추돌한 사고 장면. 사고 당시 테슬라 운전자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시킨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고, 충돌 직전까지 제동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등에 테슬라 '모델S·X'를 이용한 국내 운전자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이 퍼지고 있다. 모델S·X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분류로 따지면 '레벨2'(주행보조)로 전방 주시 의무와 운전대에서 손을 떼서는 안 된다. 이들 차량도 레벨2에 맞게 제작됐다.

그러나 일부 영상에는 운전대에 물병을 꽂아 놓고서 '운전대를 잡으라'는 차량의 안전 경고를 무시한 채 레벨4(부분자율주행) 수준으로 장시간·장거리 운행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장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즐기는 등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차량이 길을 걷는 사람을 스스로 피하는지를 테스트하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위험한 주행 영상을 마치 자랑하듯 조장했다는 우려가 컸다.

이와 별도로 미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들여와 자신의 차량에다 불법 설치한 개조 사례도 늘고 있다. 오픈 파일럿은 자율주행용 카메라와 주행 알고리즘이 담긴 단말기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자신의 차량에 적용, 자율주행을 즐기는 것이다. 가격은 200만원 안팎이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에 이 같은 영상을 전달, 불법 여부를 문의했다. 교통안전공단 측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차량 자체로는 문제될 게 없다는 답변과 함께 자율주행차 관련 안전 기준이 없어 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도로교통공단 측은 운전 도중 스마트폰 사용은 불법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물병을 이용해 차의 안전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이 없어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오픈 파일럿 장착 차량과 운전 도중 스마트폰 사용 등 기존 자동차 관련법을 위반한 것 말고는 자율주행에 따른 과실을 따질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차량결함 전문위원은 “일부 유저의 위험천만한 자율주행 영상을 본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미국처럼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제작사별 운전보조장치에 대한 기술 정보와 기준을 우리 당국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추천인(리퍼럴) 프로그램이 이 같은 위험한 상황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들 영상에 모두 추천인 코드가 달려 있는 것이 의구심을 더했다.

리퍼럴 프로그램은 테슬라 차량 구매자에게 별도의 코드를 부여해서 이후 다른 사람이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때 '추천인'란에 코드를 기입, 각종 혜택을 받은 일종의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추천인 수가 많아지면 테슬라는 신차 시승 기회부터 최대 '로드스터' 전기차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일부 테슬라 운전자는 이를 노리고 자신의 추천인 코드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영상 자극 강도를 더욱 강하게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리퍼럴 프로그램과 자율주행 영상 이슈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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