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BMW 차량 화재 사태의 원인으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설계 결함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관련 소송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수천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규모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BMW 측의 부실한 대응 때문에 국제적인 소송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소비자협회(법무법인 해온)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BMW 차량 화재 관련 집단소송(공동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총 3300여명에 이른다. 양측의 손해배상 청구액을 더하면 규모는 총 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추가로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는 데다, 두 곳 외에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서도 여러 건의 소송이 추진되고 있어 소송 참여자 수와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소송가액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BMW가 결함을 은폐·축소했고 리콜도 지연했다는 정부 발표 내용에 따라 승소 확률이 높아져서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소송가액을 화재 미발생의 경우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화재 발생 건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각각 높여 잡을 계획”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해온 측은 BMW 독일 본사를 상대로 국제 민사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BMW 측이 지금까지 진행된 소송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온에 따르면 BMW는 지난 8월 제기된 1차 소송과 관련, 김앤장 소속 변호사 6명으로 구성된 소송위임장과 함께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라는 판결을 구한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A4 용지 1장짜리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후 2개월이 지났음에도 BMW 측의 추가 조처가 없어 소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해온 측의 설명이다.
구본승 법무법인 변호사는 “BMW 측은 시간 끌기를 멈추고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당초 지난 20일 3차 소장 접수를 끝으로 소송에만 집중하려 했으나 추가 리콜 대상자가 늘어난다면 해당 차주들을 위해 추가로 소송 참여인단을 모집할 계획”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