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 단체 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카카오 카풀 출시에 항의하기 위해 택시 노사 단체가 10월과 11월 1, 2차 집회에 이은 세 번째 집회였다.
이 집회는 올해 초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한 뒤 10월부터 운전자를 모집하기 시작한 것에서 발단이 됐다. 택시 단체와 비대위는 카풀 서비스가 자가용 영업 불법 행위고, 현 택시 업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대한 양측의 해석도 다른 듯하다. 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며, 알선 행위 역시 금지된다. 반면 81조 1항 1에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유상 운행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번 사태를 택시업계와 이미 택시 산업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IT 기업 간 다툼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2014년 우버 택시 논란이 벌어졌을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렇듯 한 업계를 들쑤셔 놓은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다.
이번 문제의 원인에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은 변화를 수용하는데 근본 한계가 있지 않으냐는 자성을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3차 집회를 다룬 어느 언론 기사가 '택시파업'이란 제목에 부제로 붙인 '4차혁명 진통'이란 표현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가장 가까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번 카풀 사태는 결국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짐짓 못 본 척 미뤄 놓고 애써 무시하던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변화가 목전에 닥쳤다는 명확한 시그널인 셈이다.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이 사태가 앞으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변화와 혁신에 정책이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 이번 사안을 되짚어 보면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 택시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즈음보다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랬다면 2013년 우버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기 전에 우리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기회를 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것도 이 탓이다.
혁신에 대한 제도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규제 패러다임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이 닿은 얘기다. 최근 총리실과 관계 부처는 포괄 개념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은 네거티브 리스트를 열거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선 사용, 후 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 한다.
이 경우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 수용성은 한결 높아지겠지만 전면 시행에 시간이 걸린다면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신산업에 우선 적용, 규제 개선 속도를 높이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악영향도 면밀하게 모니터링 했으면 한다. 실상 미래 신사업은 그동안 구축한 기존 산업과 인프라를 훼손시킬 수 있다. 많은 학자가 말하듯 4차 산업혁명이 남기게 될 상흔은 그 깊이만큼이나 넓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카풀 사태를 단지 택시업계의 문제만으로 보거나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는 대신 우리 산업과 경제가 4차 산업혁명을 수용해 가는 과정으로 인식할 때 해결책이 보인다.
이번 카풀 사태의 꼬인 실타래는 진지한 정책 검토를 훗날로 미룬 데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호흡으로 정책을 마련하려면 정책이 혁신과 변화에 민감해져야 한다. 이것을 교훈으로 삼는다면 이번과 같은 일은 더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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