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거센 반발에 표준감사시간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연내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표준감사시간제 제정안은 초안 도출을 내년 1월 열리는 공청회로 미뤄졌다.
20일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는 내년 1월 11일 표준감사시간제 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공회는 공청회 개최에 앞서 외부감사 대상 회사를 6개 그룹으로 나눠 감사시간을 차등화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공회가 제시한 외부감사 대상 6개 그룹의 구분은 △대규모 상장사(개별 기준 자산 2조원이면서 연결기준 기업규모 5조원 이상) △일반 상장기업(코넥스 제외) △대형 비상장 기업(자산 1000억원 이상 및 코넥스 기업 등) △중형 비상장 기업(자산 500억~1000억원) △소형 비상장 기업(자산 200억~500억원) △소규모 비상장 기업(자산 200억원 미만) 등이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자유수임제 등으로 인해 감사인 독립성이 훼손되고 충분한 감사 시간을 투입하지 못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초래했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한공회가 경제계에 초안 공람 없는 공청회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경제단체는 한공회의 일방적 공청회 추진이 경제계의 공감대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4개 경제단체는 외감법령에 따라 표준감사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왔으나 한공회는 경제계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청회 일정을 발표했다”면서 “회계품질 제고를 위해 감사투입시간 증가의 당위성을 역설하나, 표준감사시간을 최대수준으로 설정하여 감사보수를 극대화겠다는 이기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표준감사시간제에 대한 진통은 공청회가 열리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 4개 단체는 한공회에 △객관적인 검증과 시범적용(pilot test)기간 확보 △감사투입시간에 대한 합리적인 사전·사후 확인절차 및 조정제도 마련 △소규모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제도 적용 배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등 재계는 “4개 경제단체는 기업 요구사항에 대한 합리적 설명과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한공회가 추진하는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해관계자 수가 극히 작은 소규모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제도 적용을 배제해 소규모 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제도 운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