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9>변리서비스 전문성 없이 특허강국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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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기술 분쟁 중재 사건 대리인으로 변호사만 포함시켰다가 변리사회가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자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은 중소기업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 또는 공표 전 자문을 할을 수 있는 전문가에 '변리사'를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둘러싼 두 자격 사이의 첨예한 논쟁을 상기해 보면 결코 녹록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 이처럼 민감해진 데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둘러싼 해묵은 반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상 올 10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등록 변리사 9458명 가운데 약 60%가 변호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휴업 상태라고 한다. 변리사회는 자동 자격 폐지 법안이 제출될 때마다 등록이 급증한 것 또는 변리사 의무 연수 제도가 시행된 이후 휴업자 수가 급증한 것도 이 제도의 영향으로 보는 듯하다.

두 자격 사이 해묵은 논쟁에 정부라고 해결책이 마땅할 리 없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지식재산권(IP)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불리는 만큼 차제에 자격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뿐만 아니라 변리 서비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세부 정책 로드맵을 강구해야 하겠다.

첫째 변리 서비스 경쟁력 강화다. 실상 변리사회는 “IP법에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인 반면에 변호사협회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지식재산 분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전문성이 핵심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듯하다.

시행령 일부 개정 건으로 촉발된 문제가 단순히 업역 다툼이 아님을 보이려면 양측 모두 변리 서비스의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제안부터 해야겠다. 정부도 더 이상 이 사안이 해묵은 다툼으로 고착화되기 전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겠다.

둘째 변리 서비스 전문화도 필요하다. 최근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특허청은 'IP R&D'라 불리는 지식재산 기반 연구개발(R&D)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R&D 기획 단계에서부터 IP 정보를 사전 분석, 궁극으로 R&D를 통해 가치 있는 IP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자는 취지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변리 업무는 단순히 IP 출원·등록에 그치지 않고 R&D 기획, 가치 평가, 제품·서비스 개발, 심지어 디자인과 브랜드 전문 지식 및 역량을 필요로 한다고 하겠다.

셋째 변리 전문성을 더욱 체계화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실상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R&D나 지식재산과 무관한 부처는 거의 없다. IP R&D 전략이 보여 주듯 제품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특허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물론 우회나 회피 기술을 방지하거나 특허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R&D 전략의 방향이다. R&D 또는 기술 혁신 관련 정책에 IP법에 관한 전문가 참여를 체계화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을 단순히 업역 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좁은 해석이다. 정부도 이 문제의 근간을 두 자격 간의 분쟁이라고 치부하고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문제의 중요성은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변리 서비스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 갈지에 있다. 이것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인 국가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에서 양 협회·단체는 전향 자세를 보여야 한다. 변리 서비스 전문성 없이 특허강국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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