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성과' 강조한 경제정책방향…상반기로 시한정한 16개 과제 '실현은 글쎄…'

정부가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은 발표 방식·내용에서 정부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엄중한 경제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성장률 전망을 이례적으로 범위(2.6~2.7%)로 내놓고, '전방위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정부 판단을 시사한다.

정부는 '성과'를 강조했다. 특히 16개 중점과제를 선정, 새해 상반기 내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주요 경제지표를 반등시킬 획기적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해관계 등으로 장기간 지지부진했던 여러 과제를 과연 6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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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리 경제, 새해에도 어렵다”

정부는 올해와 새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6~2.7%로 제시했다. 2017년 3년 만에 3%대를 회복(3.1%)한 우리 경제가 다시 2년 연속 2%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새해 전망치는 당초 정부가 내놓은 수치(2.8%)보다 낮다.

성장률 전망을 범위로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전망치를 범위로 제시한 것을 연계해 내년에도 범위로 내놨다”며 “올해 4분기 숫자가 크리티컬(critical)해 유심히 보고 있다. 내년은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새해 취업자 증가폭(월평균)은 15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32만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최악의 고용난'으로 불린 올해(10만명)보다 5만명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5만명을 '정책 효과를 반영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은 새해 증가세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교역 둔화로 물량 증가세가 축소되고,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74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적은 64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대내외 경제여건은 엄중한 상황”이라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성장세가 약화되고 통상마찰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그간 견조했던 수출도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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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경제활력 제고에 방점…부진한 투자, 불안한 수출 '지원 강화'

정부는 경제정책방향 최우선 과제로 '전방위 경제활력 제고'를 제시했다. 재정·금융·제도개선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다.

이해관계 조정 등으로 막혀있는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 조기 착공(총 6조원+α)을 추진한다. 1조6000억원 규모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3조7000억원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2000억원 규모 자동차 주행시험로, 5000억원 규모 서울 창동 케이팝 공연장 사업이 대상이다.

GBC는 현대차가 설립 추진 중인 삼성동 신사옥이다. 2014년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는 100층이 넘는 신사옥 건축을 2017년 상반기 시작하려 했지만 인구 과밀 우려로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은 “GBC는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그동안 실무위원회를 세 차례 열어 인구 유발효과 저감 방안 등 많은 논의를 했다”며 “최근 이 절차가 마무리돼 이번 주 수도권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통과되면 내년 1월까지 본회의 심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도 새해 1분기 중 선정한다. 사업 착수비용 지원 등 패스스트랙을 활용해 조기 사업 시작이 가능하도록 한다.

새해 수출 증가율 둔화를 고려, 우리 기업 수출·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한다.

사업 위험도에 따라 펀드, 정책자금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수출 기업에 대한 수은·무보 수출금융 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12조원 확대(217조원)한다. 신남방·신북방 시장 진출 시 기업 인수합병(M&A), 생산기지·유통망 구축 등도 도울 계획이다.

주력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달 중 '제조업 혁신전략'을 마련,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을 집중 지원한다. 기업활력법은 일몰을 연장(2019년 8월→2024년 8월)하고, 과잉공급업종에 한정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연구개발(R&D) 지원체계를 기술별 특성에 맞게 개편한다. 민간 5세대 통신(5G) 네트워크 투자에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5G 융합 프로젝트 지원을 강화한다. 2022년까지 교통·난방 등 수소기반 시범도시(3개소)도 건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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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권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4일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상반기 성과' 못 박은 16개 중점과제…실현 가능성은 '글쎄'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정책 중 16개를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집중 점검·관리로 새해 상반기 가시적 진전이 이뤄지거나 성과를 창출할 과제를 꼽았다는 게 홍 부총리 설명이다.

정부가 경제정책 성과 창출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반 동안 경제정책 성과와 관련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간의 경제정책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국민 삶이 고르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4개 카테고리(빅프로젝트, 빅딜, 빅이노베이션, 빅트러스트)로 구분해 16개 과제를 선정, 추진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과제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딜을 통한 해결 과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숙박공유 확대 추진, 카셰어링·공간공유를 위한 규제혁신 방안을 이달 중 내놓는다. 그러나 최근 카풀 허용을 두고 택시업계가 강력 반발하는 등 공유경제에 대한 기존 사업자와 갈등이 커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만성질환자 비대면 모니터링 시범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원격의료 시행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새해 2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 '창업-성장-회수-재도전' 지원, 서비스산업기본법 조속 입법, 8대 선도사업 지원은 기존 추진하던 대책을 강화한 수준에 그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경제상황이 적어도 올해 수준 이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정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계와 기업, 국회와 언론, 노동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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