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T 여성인력 실무역량 향상 생태계 조성 시급하다

Photo Image

최근 불거진 금융권 채용 비리 사건이 성차별 문제로 확대되면서 논란이 됐다. 서류전형에서는 남녀 합격률이 비슷해도 최종 단계에서는 여성 합격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용 시장에서 여성이 겪는 성차별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실제 많은 여성이 구직 과정에서 업무 능력과 연관 없는 외모·연애·결혼 관련 질문을 받는다. 이 밖에도 성별 임금 격차, 여성의 비정규직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 각종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현저히 낮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15~6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31위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소프트웨어(SW) 산업 전체 종사자 36만6000명 가운데 여성은 9만6000명에 불과하다.

창의·융합 인재 중요성이 높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 인력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우수 여성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개인의 인식 개선은 물론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ICT 여성 인재를 더욱 적극 양성해야 한다.

우선 개인 인식 변화를 위해 귀감이 될 만한 인물상의 존재가 절실하다.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전문가의 모습을 통해 여성도 이공계에서 성공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컴퓨터 전문 매거진 기자로 시작해서 스스로 쌓은 능력만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한 대표는 지난해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 4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이공계에 대한 여학생의 관심을 유도하고 포부를 길러 줄 수 있다. 다만 한 대표가 이례 인물이어서는 안 되며, 세대가 교체돼도 업계 내 여성 본보기 존재는 지속돼야 한다.

이와 함께 여학생이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와 인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종 정보기술(IT) 분야 실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필자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IT여성기업인협회는 이공계 여대생과 여성 기업인이 한 팀을 이뤄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브와 ICT멘토링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ICT 분야 여성 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브와 ICT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은 멘토로 만난 여성 기업인을 통해 실무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그들을 본보기로 삼고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한다.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고충을 함께 나누고, 사회 진출 및 적응 과정 등에 관한 실속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여성 인재 양성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여대생이 자신감을 쌓고 진취형 및 도전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성장한 여성 인재는 향후 후배에게 훌륭한 귀감이 된다. 우수 인재를 기반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자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두를 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다양성이다. 이를 지향하기 위한 첫걸음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이공계 분야 여성 인력을 늘리는 것이다.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문제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 이공계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업계 내 우수한 이공계 여성 인력이 확보되고, 미래 이공계 지도자를 꿈꾸는 여학생의 희망이 꺾이지 않을 것이다.

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장 ceo@datasoft.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