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금 20% 돌려드려요"… 일본은 지금 '페이페이' 대란

최근 일본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인 빅카메라, 야마다전기 등 주요 매장은 신형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에어팟이 동이 났다. 고가 모니터와 렌즈교환식카메라(DSLR), 렌즈, 최신 무선청소기 등도 불티난 듯 팔린다. 동시에 박스도 채 뜯지 않은 신품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1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대거 풀렸다. 때 아닌 대규모 쇼핑 이벤트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9일 일본 현지 관계자와 국내 IT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소위 '페이페이'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야후가 합작해 만든 신규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가 25만엔(약 250만원) 이하 금액이면 결제금의 20%를 무조건 페이백해주는 이벤트를 펼치면서다.

이벤트 총 환급 금액은 100억엔(약 1000억원)에 달한다. 매장 포인트까지 중복으로 쌓이다보니 인기 제품 재고가 남은 이벤트 가맹점은 구매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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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페이페이의 환급 이벤트 표지. 100억원을 받자. 캠페인 개최 중. 페이페이로 지불하면 20%가 돌아온다라는 문구가 일본어로 적혀있다.

페이페이는 소프트뱅크와 야후 합작사인 페이페이주식회사가 지난 가을부터 선보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 투자를 받은 인도 최대 결제 서비스 사업자 페이티엠(PayTM)과도 기술을 연계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바코드나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페이 QR결제를 도입한 점포는 초기 도입비와 결제수수료, 입금수수료 등 모든 비용이 0엔이다. 다만 결제수수료는 서비스 개시일로부터 3년, 입금 수수료는 내년 9월 30일까지 무료고 이후 유상으로 전환 예정이다. 일별 누계 결제금액이 1만엔 이상이면 다음날 바로 가맹점 계좌로 대금 입금이 이뤄진다.

페이페이 코드로 중국 알리페이 결제도 가능하다. 알리페이 결제 수수료 역시 0원이다. 이미 알리페이를 도입한 점포는 그대로 페이페이까지 활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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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페이 가맹점은 초기 도입비와 결제수수료, 입금수수료 등이 무료다.

일본 사회는 전통적인 현금 지출 습관이 뿌리깊다. 카드 등 신용결제 비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신용 결제 비율을 2025년까지 40%, 장기적으로 80% 수준으로 높여 '현금없는 사회' 구축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민간 시장에서 라쿠텐, 라인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며 초기 시장 선점을 노린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페이페이는 4000만개 이상 계좌를 보유한 야후월렛 고객 기반과 소프트뱅크가 지닌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과 가맹점을 확장하고 있다. 공격적인 페이백 이벤트 역시 초기 이용자를 대거 확보,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페이페이 페이백 이벤트는 4일부터 새해 3월 31일까지 넉 달 간 진행된다. 페이백 보너스 상한은 한 사람당 월 5만엔(약 50만원) 이내다. 이벤트 기간 동안 최대 1000만원 어치 상품을 구입하고 200만원을 페이백 받는 셈이다. 각 가맹점에서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도 중복으로 적용된다. 다만 누적 환급 지급액 100억엔 달성 시 이벤트는 조기 종료될 수 있다.

또 다른 화제 요인은 광범위한 가맹점 규모다. 페이페이 측이 공개한 가맹점 리스트에는 빅카메라, 야마다전기, 조신, 소프맙, 에디온 등 주요 가전 양판점과 식음료 프랜차이즈, 편의점, 생활용품 매장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결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대규모 인프라를 사전에 확보하고 강력한 이용자 편익 제공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판을 짜고 있는 국내 제로페이와 달리 중국에서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으로 경쟁을 벌이면서 QR결제 보급이 이뤄졌다”며 “일본역시 시장 선점을 위해 민간 업체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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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페이 가맹점 리스트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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