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역대 최대 실적에도 승진 폭 줄여 조직 긴장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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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 신임 CEO<사진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반도체 역대 최대 실적에도 임원 인사 승진 폭은 오히려 줄었다. 당초 승진잔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하강 국면에 진입하는 데다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축제보다 긴장감을 불어넣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SK하이닉스는 최고경영자(CEO)에 이석희 사장을 새로 선임하면서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6일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부품(DS) 부문에서 총 80명을 승진시켰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99명보다 19명 줄었다. DS 부문 발탁 승진 규모는 역대 최대인 지난해와 동일하게 12명으로 내정,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은 고수했다.

SK하이닉스는 임원 인사에서 신규 선임 13명을 포함, 총 23명을 승진시켰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 41명을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올해 SK하이닉스 임원 승진 수는 2015년 19명보다 많지만 2016년 25명과 비교해도 규모가 줄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인사 폭을 줄여 불확실성이 커진 반도체 업계 현황 변화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승진 잔치보다 조직 긴장감을 불어넣고, 기존 임원을 대거 중용하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36조원을 넘겨 지난해 35조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까지 매출 31조원, 영업이익 16조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매출 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주력인 메모리 사업에서 D램, 낸드플래시 모두 가격이 떨어지며 반도체 고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둔화 우려 등 시장 상황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안정을 택한 반면에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 더욱 적극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미래 CEO 후보군인 부사장 승진자 13명 가운데 김형섭 메모리사업부 D램 PA팀장, 박재홍 파운드리 사업부 디자인서비스 팀장, 송두헌 메모리사업부 YE 팀장, 전세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 팀장, 조병학 시스템LSI사업부 기반설계팀장 등 다수를 DS 부문 출신으로 채웠다.

SK하이닉스는 이 사장이 SK하이닉스를 한 차원 높은 '첨단 기술 중심 회사'로 변모시킨 인물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8월 대회협력총괄에 임명된 김동섭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대외협력 업무에 힘을 실었다. 시가총액 2위로 높아진 기업 위상에 맞춰 대외협력총괄 수장 위상도 높인 셈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정보통신기술(ICT) 위원장직을 맡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SK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을 맡아 미래 성장 방향성도 제시한다. 박 부회장은 6년 동안 SK하이닉스 사령탑을 맡아 사상 최대 경영 실적을 연달아 달성하는 등 글로벌 3위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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