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LED 데자뷔

'데자뷔'는 처음 본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끼거나 최초의 경험을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이미, 앞서'란 뜻인 프랑스어 '데자'와 '(눈으로)보기'란 뜻의 '뷔'가 합쳐졌다. 우리말로는 '기시감(旣視感)'이라 한다. 처음 본 것이지만 이미 본 것 같이 느껴지는 낯설지 않음을 뜻하는 단어다.

이 말이 새삼 떠오르는 건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때문이다. ESS 지정 자체는 새로운 것이지만 과거 발광다이오드(LED) 정책 실패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있다.

LED 조명은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됐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며 대기업·중견기업의 LED 조명 사업을 제한했다. 그러나 LED 조명은 4년 만인 2015년에 적합 업종에서 해제됐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누구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은 채 오히려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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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ESS

ESS도 LED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된다. 유망한 성장성에 테슬라, 비야디(BYD)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반면에 국내는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은 안 된다는 논리로 제동을 걸고 있다. 신시장 개척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손발을 묶고 어떻게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경쟁제품 지정을 발판 삼아 세계 경쟁력을 갖출지도 미지수다.

지난날 LED 산업을 담당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후회했다. 국내 LED 산업이 태동하던 중요한 시기에 오류를 범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실패는 교훈으로 삼아 반복하지 않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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