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전자증명서를 금융권 고객확인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금융사는 공공 마이데이터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서 신원 확인부터 자격 검증 절차까지 간소화할 수 있어 디지털 금융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법령해석을 통해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가 정확성과 최신성을 갖췄다면 고객확인과 검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이행을 위한 절차로 공공 마이데이터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공공 마이데이터는 행정기관 증명서류 등을 개인 동의하에 민간에 전송하는 서비스다. 이번 법령해석으로 행정기관이 발급한 전자증명서가 금융 서비스에 합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특히 공공 마이데이터는 단순히 본인 여부만을 확인하는 기존 인증 수단과 달리 금융상품 심사에 필요한 '자격 조건'까지 포괄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주민등록등본, 건강보험자격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소득확인증명서 등 다양한 행정정보를 포함해, 정책 금융이나 복지 연계 상품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청년 대상 정책금융, 신혼부부 전월세 대출, 서민금융 상품 등은 복잡한 서류 제출이 필요한데,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서류 제출을 안하거나 최소화하고, 자격 확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는 부족하지만 행정상 자격을 갖춘 사회초년생, 비정형 근로자 등에게도 금융 접근성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절차 간소화는 고객 유입과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번 법령 해석은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서 전자화, 자동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지자체나 공공기관과 연계한 복지 기반 금융, 지역 맞춤형 상품, 대체 신용평가(CSS) 등으로도 확장될 여지가 크다. 공공 마이데이터를 통해 공공성과 시장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된 셈이다.
금융사는 문서 수집, 검증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고객이 촬영한 서류 이미지나 스캔본을 확인하고, 진위 여부를 판단한 후 보관·관리까지 해야 했다. 이 과정에 인건비 부담과 리스크 관리 관리 비용이 수반됐다. 행정기관이 보유한 최신 정보를 API로 자동 수신까지 가능해진다면 이 과정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 사후 감사 대응 체계도 정교하게 구축될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 고객 관리 책임은 여전히 유지된다. 금융위는 이번 법령해석에서 “행정기관이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하고 최신인 것을 자체적으로 검토한 경우에 한해 활용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