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석부회장 경영 체제에 들어간 현대자동차그룹이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다.
세대교체가 핵심이다. 그룹 부회장 가운데 1명이 이미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10년 넘게 정몽구 회장 최측근으로 장기 집권을 이어 온 부회장들 거취에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최악 실적으로 정 수석부회장에게는 인사 권한뿐만 아니라 그룹 쇄신 책임까지 더해지면서 이전에 없던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이 점쳐진다.
4일 현대차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오는 19일께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성탄절 전후에 맞춰 정기 인사를 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올해는 그 시기를 앞당겼다. 지난 9월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 정 수석부회장 책임과 역할이 강화되면서다. 이번 정기인사는 과거 10년 동안 일어나지 않은 부회장급 인사가 핵심이다. 중국과 미국 시장 판매 부진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구 교체가 절실하다는 그룹 안팎 의견이 모아진 것도 이런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 따르면 이미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면서 정 수석부회장 승진 직전까지 그룹 실권자였던 부회장 1명이 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연계해 정몽구 회장 '4인방'으로 불려온 김용환·윤여철·양웅철·권문식 부회장 거취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정기인사가 예년보다 이른 19일로 사실상 확정됐다”면서 “정 수석 부회장 체계에 맞춰지면서 이전과 달리 부회장급 인사를 포함한 대규모 세대교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 수석 부회장은 승진 후 두 차례 수시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암시했다. 승진 직후인 지난 10월에는 BMW 출신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으로 발령하는 등 상품·디자인 부문에 변화를 줬다.
또 지난달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변화를 위해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장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정몽구 회장 복심인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고문을 비상임 고문으로 발령 냈다.
정 수석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친환경차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미래 경쟁력, 신성장 동력 확보에 열을 내고 있는 만큼 다른 산업 분야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연말 정기인사가 예년보다 조금 앞서 진행된다는 얘기가 내부에 나돌기는 하지만 부회장단 인사는 속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실적 악화와 미래 자동차 시장 대응을 위해 인력 쇄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5년(801만대) 이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 시장 부진으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인 725만대밖에 팔지 못했다. 올해도 판매량이 74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현대차그룹에는 정 수석부회장 외에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정태영(현대카드) 등 6명의 부회장이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