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5G 개통'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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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계와 물리 세계의 완벽한 결합.'

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3차 산업혁명에서도 두 세계 결합은 있었다. 차이라면 두 세계를 인간이 매개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 대신 인공지능(AI)이 역할을 대신한다.

독일 '인더스트리 4.0' 핵심도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구현이다. 소비자 욕구와 시장 변화를 실시간 데이터로 수집한 뒤 AI가 최적화된 생산시스템을 설계한다. 공장은 여기에 맞춰 제품을 알아서 척척 생산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독일은 CPS를 완벽하게 구현하면 공장을 굳이 해외로 이전하지 않아도 더 낮은 비용에 시장이 요구하는 질 높은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CPS를 구현하려면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바로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이다. 사물과 사물은 물론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등 모든 것이 연결될 때 물리와 사이버 세계가 완벽하게 결합될 수 있다. 여기에 데이터를 처리할 AI나 가상현실(VR)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했다. 5G는 초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혈관과 같은 인프라다. 초저지연성이 특징이다. 사물이나 사람이 실시간으로 끊어지지 않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완벽한 스마트공장이나 자율주행차도 5G 네트워크로 구현할 수 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먼저 앞서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AI나 현실을 그대로 모사하는 VR 기술에서도 진전을 이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등 기술 인프라를 먼저 갖추면 정말 다른 나라보다 앞서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만 '의료 정보기술(IT)'에서는 해외에 뒤진다. 각종 규제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업종 간 협업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따로 따로는 잘하지만 함께하는 것은 잘 못한다. ICT 전문가는 의료 전문가 고집이 너무 세다고 말한다. 의사는 엔지니어가 의료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고개를 흔든다. 두 집단 갈등으로 프로젝트가 중도에 좌초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동차, 조선, 스마트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산업계뿐만이 아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도 칸막이로 갈려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협업해야 하지만 물과 기름 같을 때가 많다. 부처뿐만 아니라 실과 국으로 단절되기도 한다. 스마트공장과 같은 정책을 한 부처에서 수립하고 지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결합'과 '융합'이다. 인프라는 전제 조건이지 완결 조건은 아니다. 가장 빨리 확보한 5G 네트워크가 꽃을 피우려면 다양한 업종 간 협업 비즈니스가 성공해야 한다. 그동안 5G 네트워크 세계 최초 구축에 매진해 온 정부도 이제부터 본게임을 펼쳐야 한다. 산업계 협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세계 최초로 5G를 갖추고도 4차 산업혁명에서 뒤졌다는 오명을 남겨서는 안 된다.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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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성장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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