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90>말로만 하는 재발 방지는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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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치 데이터가 유실됐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덤덤하게 들려오는 직원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별로 묻어나지 않는다. 시스템관리 기업이 일주일에 한 번 백업을 하는데 그 사이에 저장장치가 망가졌단다. 어이없는 통보에 기업 불신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사고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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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중단으로 업비트·두나무 등 암호화폐거래소, KB금융지주·신한은행 등 금융플랫폼, 배달의민족·쿠팡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멈춰 섰다. 2시간 서비스 중단 원인을 AWS 측은 “아시아·태평양-북동-2에 위치한 EC2 인스턴스에 DNS가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내부 실수로 인한 장애를 블로그 한 구석에 간단히, 그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용어로 설명한 것이다. AWS 홈페이지에는 '지금 AWS를 사용해 구축 시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서비스 장애로 기업과 사용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서비스 제공자 태도는 아니다.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인프라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유틸리티인 전기나 가스처럼 공급받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클라우드를 주력 사업으로 추진한 지 오래됐다. 네이버, KT, 삼성SDS 등 국내 기업들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용이 저렴하고 관리 부담이 경감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단 없는 서비스가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AWS 서비스 중단은 클라우드 서비스 체면을 구긴 심각한 사건이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KT 통신시설에 발생한 화재가 인근 지역 비즈니스와 생활을 마비시켰다. 서대문구를 포함해 마포·은평구 등 인근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IPTV, 결제단말기 등 유무선 통신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직접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지만 계속되는 사고에 대한 미봉책으로만 들린다. 계속되는 해킹 사건과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글로벌 대기업 태도와는 달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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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가스 등과 함께 인류 생활의 필수 유틸리티가 된 인터넷 서비스가 다양한 이유로 중단되고 있다. 화재나 시스템 오작동뿐만 아니라 분산서비스거부(DDoS, 디도스) 공격, 데이터를 불법 암호화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랜섬웨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해킹, 내부자 설정 오류, 테러 등은 이미 발생한 사고다. 병원 기능 마비, 상가 결제 정지, 인터넷 거래 중단과 심지어 국가 안보 등 피해를 불러온다. 어떠한 사고에도 중단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논의할 때다.

사고가 날 때마다 서비스 제공자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완벽한 재발 방지 노력은 본 적이 없다.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 없이 불가능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KT 화재와 AWS 사태는 '통신과 클라우드'라는 인터넷 서비스 양대 산맥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업자는 이 교훈을 바탕으로 '무중단 서비스 기술 개발과 추진 전략'으로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완벽한 서비스 환경을 구현하면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지만 단순히 보상으로 현재 상황을 모면하려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변명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어느 글로벌 기업도 완벽한 서비스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KT에는 오늘의 아픔을 내일의 성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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