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의 新영업之道]<11>갑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팁과 선물은 갑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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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팀인가, 뇌물인가?

음식점에 가면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지갑을 열고 종업원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을 접한다. 주는 사람도 익숙하고 받는 사람도 당연한 듯 편하게 주고받는다. 그들은 그것을 팁이라 부른다. 호텔, 골프장 등 특정 서비스업 외 음식점 몇 곳을 제외하곤 봉사료 또는 팁이 정형화돼 있지 않으니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어도 이런 행위를 “팁을 준다”라고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좀 각별히 신경 써 주세요'라는 표시일 뿐이다. '을'에게 '갑'이 뇌물을 쓰는 것이고, '급행료'의 한 행태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先팁'을 받은 종업원이 조금이라도 더 친절해지고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니 '어차피 줄 팁이라면 먼저 주어 나쁠 게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팁(Tip)이라는 단어는 '더 좋고 빠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준다'는 뜻을 나타내는 'To Insure Promptness'의 축약어다. 팁이 기본인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보다 우리가 더 본래 취지에 맞게 팁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 2 선물인가, 뇌물인가?

20년 전 일본과 한국 직원이 경주에 모여 역량 강화, 팀워크 개선을 주제로 이틀 일정으로 워크숍을 했다. 국가 간 협업 강화를 위한 시도여서 아시아 본사 부문사장이 격려차 참석했다. 당시엔 자세히 몰랐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의 한 리더가 일본 참석자에게 작은 기념품을 전달했다. 그리고 본사 사장을 위해 특별히(?) 비싼 도자기를 준비해서 떠나기 전날 밤 방으로 전달했다. 본사 사장은 이튿날 한국을 떠나면서 물건을 돌려보내며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왜 그는 나에게 이런 물건을 주는가.” 결국 선물(?)을 준비한 그 리더는 본인의 뜻을 이루지 못했고 멀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선물(膳物). 참 어려운 주제다. 제대로 활용하면 선의가 전달되고 신뢰 관계가 강화되겠지만 잘못된 선물은 재앙을 불러들인다. 명절마다 많은 선물꾸러미가 오가지만 과연 진정한 선물은 어느 정도 될까. 대부분은 뇌물이다.

갑이 을에게 베푸는 것, 갑을 관계와 관계없이 정성을 담아 순수한 마음을 담았다면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이 '실물(實物)'을 전했다면 그것은 뇌물에 해당한다.

신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제사 문화에서 시작돼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진 자 또는 약한 자가 강한 자 또는 이긴 자에게 음식이나 재물을 바치는 것이 선물이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서양의 선물이 '교환' 의미가 강하다면 우리의 선물은 '바치다'란 의미가 더 강하다.

갑이 '갑'다워야 한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추가적인 부담, 서비스 종사자의 급여 산정 문제 등 관련 검토사항이 많기에 봉사료, 팁의 일반화는 도입이 어려운 주제다.

팁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팁을 지불한다면 갑이 팁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른 방향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다르고 특별하게 취급해 달라'는 급행료 또는 뇌물의 의미로 지불하는 것은 팁이 아니라 '돈 질'이다. 전달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준다면 주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을의 서비스 자세, 전문성에 감사하는 정중한 표현을 담아야 한다.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고, 부탁이 아니라 칭송하는 것이다.

이런 갑이 늘면 바른 을이 더 생긴다. 팁은 'To Insure Promptness'가 아니라 'To Improve Professionalism', 즉 '제대로 된 비즈니스 생태계'를 위해 갑이 쓸 수 있는 보너스 카드다.

영업 현장에서 뇌물을 준 적도 받아 본 적도 없었지만 25년 전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고객사 대표의 아들 돌잔치에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 대표로서 사업 초기부터 전략을 함께 고민한 선후배 같은 관계여서 아들과 함께 돌잔치에 갔다. 돌아오는 차에 오르기 전에 아들이 “아빠, 아까 그 아저씨가 주셨어”라며 꼬깃꼬깃 접힌 10만원 수표를 보여 줬다. 이튿날 “이건 아이에게 큰 금액이다” 하고 돌려줘야 한다고 하자 “삼촌이 조카한테 준 건대요”라고 웃던 그가 생각난다.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선물을 전할 때는 마음이 흐뭇하고 따뜻해지고, 뇌물은 바치는 방법도 당당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스스로도 비굴해진다. '을'이 '갑'에게 바치는 독배가 뇌물이라면 선물은 '갑'이 '을'에게 전하는 따스한 권리다. 부모가 어린 자식 선물 챙기듯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것이 선물이어야 하고, 가진 자가 나누는 것이 선물이 된다. 바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 돼야 한다.

팁은 마음을 전하는 손이고, 선물은 사랑의 온도를 전하는 갑의 손이다. 이것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고, 갑만이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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