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총판이 어도비코리아의 제품 밀어내기와 갑질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어도비 국내 총판 A사는 어도비코리아가 밀어내기 한 SW 재고 물량이 5년 동안 약 20억원어치이며, 리셀러 계약도 일방 해지를 했다고 주장했다.
A사는 2013년 어도비코리아로부터 22억원 상당 '폰트폴리오' 제품 재고를 매입했지만 어도비가 영업을 제한, 고스란히 재고를 떠안았다. A사는 2010년부터 어도비 리셀러였다. 2013년 어도비가 국내 폰트폴리오 제품 유통을 시작했지만 제품 판매가 부진, 총판사와 하부 리셀러에 재고가 쌓였다.
어도비는 A사에 폰트폴리오 독점판매권을 약속하고 재고 재매입을 요구했다. A사는 시장에 쌓인 22억원 상당 재고 물량을 매입하면서 영업과 기술 인력을 추가 보강했다. 관련 솔루션 개발 비용까지 포함하면 A사가 투입한 금액은 약 35억원이다. A사는 국내 폰트폴리오 SW 불법 사용자를 찾아내 정품 구매 방식으로 재고 물량을 소진키로 했다. 그런데 어도비가 이 영업 방식을 일방으로 금지하면서 판매가 어려워졌다. A사는 제대로 된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도비가 방해, 재고 물량을 그대로 떠안았다고 주장한다.
어도비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A사에 번들 판매를 강요했다. 어도비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팀(CCT) 제품 프로모션을 위해 A사가 총판하던 국산 서체를 번들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어도비는 약 35만원짜리 제품을 4000∼1만2000원에 제공할 것을 강압했다. A사는 리셀러 자격 유지를 위해 요구한 가격과 번들 제품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어도비는 번들 판매 대금을 다시 총판사에 떠넘겨 피해를 가중시켰다.
A사가 재고 물량 등에 대한 변제를 요구하자 어도비는 지난해 돌연 A사 리셀러 계약을 일방으로 해지했다. 어도비는 리셀러 해지 사유를 알리지도 않았고 해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
A사는 회계사를 통해 산정한 어도비 갑질 피해 금액이 55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어도비와 거래하면서 손해가 지속 누적됐고, 대체 사업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리셀러 계약까지 해지 당하면서 손해 규모가 늘었다. 40여명이던 직원도 9명으로 줄었다.
A사는 관련 사안을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신고했다. 현재 조정원은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어도비는 악성 재고를 떠넘긴 것도 모자라 영업 프로세스 정립에 이용한 후 토사구팽했다”면서 “재고 물량 처리를 계속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본사에도 이미 판매된 것으로 허위 보고해 아무도 책임져 줄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어도비 재고 물량을 떠안기 전에 탄탄한 중소 SW 유통 업체였는데 이젠 수십억원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면서 “조정원에서 공정하게 판결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어도비 관계자는 “진행되고 있는 법률 소송 관련 문의에는 언급할 수 없다”며 피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