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카를로스 곤 회장(64)을 체포한 과정에서 회사 측과 검찰 사이의 '플리 바게닝(사법거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일본 닛산차 측은 내부 고발을 받고, 자체 조사를 진행한 이후 검찰과 함께 '허위 보수' 문제로 그룹의 수장 비리를 밝혀냈다. 일각에선 르노 측 프랑스 경영진과 일본 경영진 사이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임원 보수를 실제보다 축소 기재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곤 회장을 체포한 도쿄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닛산차측과 일본판 플리 바게닝을 했다.
지난 6월 도입된 이 제도는 용의자나 피고가 다른 사람의 범죄를 알려주는 등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부패, 탈세 등 경제사범, 약물이나 총기 사건에 주로 적용된다.
해당 제도와 관련해서는 경제 범죄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원한이 있는 자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늘 제기돼 왔다.
닛산차측은 내부 고발자가 의혹을 제기한 뒤, 수개월 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해 부정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사이카와 히로토 대표이사(사장)는 전날 곤 회장의 체포 사실이 밝혀진 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분노와 낙담을 느끼고 있다”고 곤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닛산차측은 곤 회장을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해임할 방침이라고 앞서 밝히기도 했다.
닛산측의 내부 조사와 검찰 수사 경위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건에 일본 측 경영진과 곤 회장 사이의 갈등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곤 회장은 르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닛산차와 미쓰비시차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주식 15.01%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요미우리는 권력이 곤 회장에게 집중되면서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며 특히 곤 회장이 2015년 프랑스 정부의 의향을 받아들여 르노와 닛산의 완전한 통합 경영을 추진한 것에 대해 사이카와 사장 측이 강하게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곤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보수 축소 기재, 사적 투자, 경비 유용 등 3가지로 이 중 보수 축소 기재가 핵심 혐의다. 일본에서는 분식 회계를 위해 보수 허위 기재를 한 사실이 여럿 적발됐지만, 체포까지 이어진 것은 드문 사례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20일자 지면에 곤 회장의 체포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요미우리는 곤 회장이 공장 폐쇄, 인원 축소, 부품 조달 비용 20% 삭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와중에서도 보수 축소로 이득을 챙겼다는 점을 부각했다.
요미우리는 “배신당했다”는 사원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고, 니혼게이자이는 '장기 군림'으로 불만이 많았다는 닛산 내 분위기를 소개하며 기사의 제목을 '변절한 카리스마'라고 달았다.
지난 19년간 닛산을 이끌며 '(닛산) 재건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곤 회장이 체포되면서 닛산과 르노, 미쓰비시의 자동차 연합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요미우리는 사이카와 회장은 곤 회장의 체포가 세 회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닛산차 내부에서는 르노에서 독립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