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세먼지 정책, 국민 건강이 먼저다

한동안 주춤하다 다시 시작된 뿌연 하늘에 온 국민의 미세먼지 공포가 다시 시작됐다. 최근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9명이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8명이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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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최근 환경부는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면서 경유차에 제공되던 인센티브를 없애고 2030년까지 공공 부문 경유차를 제로화한다는 내용의 '미세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초까지 경유차 감축 로드맵도 마련키로 했다. 한마디로 경유차 규제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경유차 종주국인 유럽은 오래전부터 강력한 경유차 규제책을 시행했다. 경유차 배출가스 가운데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대기질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경유차 운행 금지를 넘어 생산 중지 정책까지 발표하고 있다.

포르쉐,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토요타, 닛산 등 자동차 제조사도 잇따라 경유 승용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은 BMW 화재 공포도 경유차 퇴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탈디젤' 흐름에 따라 유럽 내 경유차 판매 비중도 2011년 46%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 지난해 32%까지 떨어졌다. 국내 경유차 판매 비중이 2011년 35%에서 지난해 45%로 높아진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클린디젤이라는 잘못된 정책, 경유에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유류세 구조가 유럽보다 잘 팔리는 경유차 천국 한국을 만들었다.

정부의 경유차 규제 정책이 당장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운전자 입장에선 못마땅할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못 막고 왜 우리 국민만 규제하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잘못된 흐름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달 초 발생한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경유차 등 국내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늘어나는 경유차 배출가스로 피해를 보는 것은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인을 포함한 국민이다. 우리나라 도심처럼 좁은 공간에서 차량과 사람이 맞붙어 다니는 환경에서는 차량 배출가스로 인한 건강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100만명당 1109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국민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경유차 규제 정책에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클린디젤 정책 폐지에 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55.0%로 집계됐다.

다만 자영업 계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생계를 위해 경유트럭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들 계층을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환경부가 소상공인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LPG트럭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폐차보조금을 현실화하겠다고 하니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길 바란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공공 부문에 이어 민간 부문에서도 경유차 감축을 유도하려면 관계 부처 및 산업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첫째 원칙은 당연히 '국민건강'이다. 어떤 정책 목표도 국민건강보다 중요하지 않다. 악화된 환경 속에서는 경제도 삶의 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해결에 더 이상 꾸물거릴 여유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당장 실행 가능한 현실 대안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것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carn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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