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살인자의 불쾌한 자백 '암수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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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영화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강태오와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김형민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이다.

강태오가 자백한 범행은 단 한 건의 신고도, 기록도, 시체도 남아있지 않은 암수살인 사건이다. 그야말로 범죄자 자백에서 시작된 것으로, 형사는 범죄자 자백을 '진실'로 믿고 쫓는다. 강태오는 자백에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섞어가며 형사를 혼란에 빠뜨린다. 영화는 강태오의 '사이코패스' 행동을 집중 조명한다.

강태오는 여러 사람, 심지어 친부를 살해하고도 일관적으로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미국 여성 연쇄살인범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이와 유사한 사이코패스 특징을 발견했다.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학 하버드대 심리학자 아리엘 배스킨 소머스 교수 연구팀은 “사이코패스도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부정적 감정, 즉 후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이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사이코패스는 일반인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한 후회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유감스럽다는 수준의 후회를 느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후천적 사이코패스는 어린 시절 성장 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 유전학연구실 연구팀은 어미 생쥐 양육태도에 따라 새끼 생쥐 DNA가 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팀은 어미 생쥐와 새끼 생쥐간 친근감이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관찰한 결과, 어미 쥐가 새끼 쥐를 얼마나 많이 핥아주고 돌봐주는 지 정도에 따라 새끼 쥐에게서 L1 유전자 발현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이코패스로 돌변하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강태오가 스스로 범행을 자백한 점은 이 영화 관전포인트다. 유년 시절을 불행하게 보낸 강태오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고 주목 받으면서 '과시'하기 위한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는 일부 청소년이 '집단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는 행위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경고한다. 억압된 환경에서 SNS를 유일한 탈출구로 판단, 자시 과시를 하면서 쾌감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사이코패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니 주제에 무슨 일곱이고. 테크닉이 어떻고? 연쇄살인마? 싸이코패스? 너는 그런 놈이 아니야. 그저 불쌍한 사람들 코 묻은 돈이나 빨아먹는 잡범이지.”

영화에서 김형민 형사가 강태오 심기를 건들기 위해 한 말이다. 강태오 자존심은 단 번에 무너졌고, 결국 사건 실마리를 푸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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