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세라믹 강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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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은 석기시대부터 인류와 함께하며 우리 사회와 삶의 변화를 이끌어 온 '장수 소재'다.

도자, 타일 등 '전통세라믹'은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제공한다. '전자세라믹'은 좀 더 작게·가볍게·빠르게 전기·전자 제품 첨단화를 실현하고, '바이오세라믹'은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생활 영위에 기여하고 있다.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안전한 환경을 추구하는 '엔지니어링 세라믹',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같은 환경오염 물질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 환경을 유도하는 '에너지·환경 세라믹' 등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응용세라믹 분야다.

태양전지·이차전지·연료전지 핵심 소재가 세라믹이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제조업 고부가 가치화와 융합으로 국부 창출에 기여할 4차 산업혁명 중심 소재도 세라믹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세라믹 산업은 2016년 기준 38억달러 적자다. 적자 폭은 줄고 있지만 소재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만성 적자를 탈피하지 못한 분야다. 대 미국·일본 무역 적자는 여전히 심각하다.

우리나라 세라믹 산업 경쟁력이 약하고 성장도 부진한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세라믹 소재 생산 기업이 영세하다. 대부분 연 매출 수십억원에 그쳐 제대로 된 연구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 분야에 필수인 연구개발(R&D) 경쟁력은 떨어지고 인력구조 또한 취약해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둘째 세라믹 산업 생산성이 낮다. 1인당 생산성은 2.3으로 제조업 평균 4.9 대비 두 배 이상 낮은 상황이다. 낮은 생산성 및 원가 경쟁력은 세계 경쟁에서 뒤지는 주요인이다.

셋째 경쟁국과 차이 나는 기술 수준이다. 2017년 기준으로 기술 격차는 일본에 1.6년 뒤져 있고, 중국은 2.3년 격차로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너트 크래커'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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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세라믹.

그럼에도 세라믹은 여전히 매력 넘치는 산업이고 시장이다.

세계 세라믹 시장은 2025년 약 6767억달러로 연평균 7.8%, 국내 시장은 921억달러로 연평균 4.7%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세라믹을 비롯한 첨단 신소재를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주요 정책을 발 빠르게 추진하는 배경이다.

세라믹 산업을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만들려면 네 가지 이슈를 검토하고 수용해야 한다.

첫째 저생산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고도화, 고부가 가치 전략이 필요하다. 노후 생산 설비 개선과 시설 자동화, 친환경 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 혁신이다.

둘째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이다. 중요도와 긴급성을 고려한 R&D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새로운 수요와 유망 품목을 모니터링하고, 파급력 큰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융합형 고부가 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려는 기업의 열정과 혁신이다. 현장에 ICT(사물인터넷, 센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마트 공장을 구축이 대표 사례다. 데이터를 모으고 축적하면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라믹 전문 단지 조성을 비롯한 공동 인프라 구축과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이다. 유틸리티와 공동 장비를 제공해 중소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 주고,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세라믹 신기술과 개발 동향 정보를 공유하는 세라믹 산업 산학연 협의체(가칭) 구성이 필요하다.

우리 세라믹 업계는 규모는 작지만 오랫동안 기술 노하우를 축적한 중소기업이 많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세라믹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매년 11월 28일은 '세라믹의 날'이다. 이날을 전후로 기념식, 전시회, 학술대회, 유공자 포상식 등이 열린다. 미래를 바꿀 핵심 소재지만 다른 소재에 비해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넘어 국민 대상으로 이해와 인식을 확대하려는 행사다.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는 사고의 변화와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유광수 한국세라믹기술원장 ksyoo@kic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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