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혁신은 복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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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언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구글링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기사나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얼마 전 눈길을 끄는 포스팅을 발견했다.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 기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윌리엄 톰슨 말이 라이트 형제 사진 위에 적혀 있는 것이었다.

톰슨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줄의 법칙'과 '패러데이 효과'의 위대함을 20대 초반에 알아차린 천재 수리물리학자다. 영국 왕립학회장을 지냈고 절대온도 단위(K)로 유명한 켈빈 경이 바로 그다. 그러나 그도 자신의 예언이 불과 4년 만에 뒤집어질 줄은 몰랐다. 당시의 정보 속도로는 다른 나라 시골마을에 사는 두 소년의 고군분투기를 알기도 어려웠겠지만 주변 상황을 좀 더 곁눈질해야 했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는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가 경쟁이나 하듯 모두 초대형 신사옥을 짓고 있지만 건물 구조는 비슷하다. 벽이나 칸막이가 거의 없는 거대한 원룸 모습이다. 직원들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극대화, 협업과 혁신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페이팔 최고경영자(CEO)이자 투자 귀재 피터 틸은 “사무실이 두 개 이상으로 나뉜 기업에는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또 '창의와 혁신 아이콘'이라는 픽사 사옥(잡스 빌딩)은 건물 중앙 커다란 공간에 회의실·식당·커피숍·매점과 우편물 수령 장소가 있고, 사무실과 작업 공간은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이 건물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 철학 때문이다.

개인 공간보다 직원이 어울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구글 초창기 멤버였다가 37세에 야후 CEO로 이적하면서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최연소 CEO가 된 머리사 메이어. 그는 야후에 오자마자 재택근무 금지령을 내렸다. 그 대신 회사에 탁아방을 꾸미고 출산휴가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부모가 된 직원에게는 현금 보너스를 줬다. 그때 강조한 말이 “우리는 다시 혁신 기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직원끼리 얼굴을 보면서 토론하고, 복도에서 함께 식사해야 한다. 혁신은 복도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구글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습 능력, 리더십, 겸손, 책임감, 전문 지식을 주로 본다. 그 가운데 가장 덜 중요한 것은 전문 지식이라고 한다. 아무리 똑똑해도 팀워크가 없으면 구글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명사 100인이 꼽은 미래 역량'을 봐도 창의력·도덕성과 융·복합 및 협업·커뮤니케이션 등 능력이 문제 해결력, 코딩 능력, 지혜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생 한 우물을 파도 어렵다는 노벨상도 요즘은 공동 수상이 대세다. 연구 동료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도 협업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은 중력파 존재를 확인한 3명에게 돌아갔다. 그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측한지 꼭 100년 만의 성과여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실험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 노벨상 발표 1년 전에 타계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수상자는 4명인 셈이다. 더욱이 이 실험에는 한국인 14명을 포함해 20여 국가에서 과학자 1000여명이 참여한 만큼 이들 모두가 노벨상 영예를 누릴 만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명멸하고 있다. 언제 어떤 기술, 제품, 서비스가 탄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수많은 생명체와 새로운 신체기관이 갑자기 등장해서 지구 생태계를 풍성하게 한 5억년 전 캄브리아 대폭발기가 연상된다. 한 우물을 파더라도 수시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한눈도 팔고 곁눈질도 해야 하는 거다. 사무실과 골방에서 벗어나 복도로, 거리로 나가 보자. 캄캄한 동굴 속에는 생물 종류도 얼마 안 되지만 거기 살다 보면 조직과 기능도 퇴화하게 된다.

윤종언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joyoon@c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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