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저성장 진입에 정책실패가 더해져 투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 감소는 결국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을 모두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주요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개최한 '한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투자의 재조명' 세미나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조 명예교수는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경로로 진입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이 점점 더 낮은 수준에 수렴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면서 “특히 최근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위험신호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명예교수에 따르면 투자가 감소하면 자본이 감소한다. 자본이 감소하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고용과 자본생산성까지 감소해 투자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조 명예교수는 “최근의 투자 위축은 장기적인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노동시간의 강제적 감축,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등 자본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잠식하는 조치들이 급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정책책임자들의 안이한 경제인식과 운용 등으로 원래 목표와 달리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명예교수는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혁파, 노동과 교육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정책 보완도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해보는 사람을 위한 선진국형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확충도 보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투자는 그 자체로 성장을 이끌 뿐 아니라, 미래 생산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투자의 주축인 30대 기업의 올 상반기 투자가 34%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21%나 줄어든 것이 현실이기에, 반도체를 제외한 우리 주력산업의 투자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투자부진은 한국경제 미래를 가늠하는 최대의 현안으로, 특히 설비투자는 현재 생산 뿐 아니라 미래의 생산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2000년, 2002년, 2007년 등 과거의 경기부진도 설비투자를 시작으로 GDP가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부진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