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도박은 초밥 같아요. 먹을 땐 모르죠. 먹고 나서야 밥이 많이 들어갔다는 걸 알잖아요”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P씨(24세)는 3년전만 해도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져 살았다. 1000원을 걸어놓고 경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몇 번을 잃고 따기를 반복했다. 대학생이 된 후 배당률이 더 높은 곳에 발을 담갔다. 정식토토와 다르게 10만원 금액 제한도 없었다. 상품도 다양했다.
어느 날 이용 사이트에 e스포츠가 추가됐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에게 더 없는 놀잇거리였다. 나라에서 허가한 스포츠토토에는 e스포츠가 없었기에 별 생각 없이 베팅을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인기가 좋아 경기도 많았다. 국내 경기만 주 3일, 해외 경기까지 합치면 더 많아졌다. 축구처럼 일주일씩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e스포츠 배팅에 2년간 4000만원을 넘게 입금했다.
그의 하루는 사설토토로 시작해 사설토토로 끝났다. 아침 9시에 기상해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배당률을 확인했다. 배당과 기준점을 확인하는 족족 엑셀에 기록했다. 전달과 당일 아침분석을 기반으로 베팅할 경기를 확보했다. 베팅하고 나면 저녁 관전 시간이었다. 듀얼 모니터에 각종 경기를 펼쳐놓고 엑셀에 경기기록을 저장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끝나면 다음날 경기를 분석했다. 사설토토 커뮤니티에서는 다음날 '픽'을 고르기 위해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P씨는 많은 사람이 e스포츠 도박을 하고 구글에서 검색어만 넣으면 사이트들이 많이 나왔기에 불법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하던 은행에서 등기가 왔다. 경찰 측 요청에 따라 계좌 정보를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해외서버는 추적 못 한다는 얕은 지식이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경찰이 대포통장을 조사하다 내 통장에서 출입금 내역이 있는 걸 확인해 조사를 받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어이고 많이 하셨네요, 군대도 아직 안 가시고?'라고 말하며 중범죄자 취급할 때 뭔가가 잘못된 걸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베팅자 대부분은 손해를 본다. 8할은 손해를 보고 1할은 본전치기한다. 확률상으로 잘 설계하면 딸 수 있지만 자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황씨는 “정식토토는 10만원 제한선이라도 있지 사설토토는 없다”며 “더 많은 상품과 더 많은 배당률로 끊임없이 유혹한다”고 밝혔다.
조사, 기소 후 두 달쯤 있으니 등기가 도착했다. 벌금 400만원을 내라는 법원 명령이었다.
그는 “초범이 400만원이면 큰 거라고 하더라”며 “지금은 더 크게 처벌한다는데 그때라도 손을 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e스포츠 불법 도박을 하던 과거를 후회했다. 그는 “학생 때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제 취업 준비해야 하는데 누굴 탓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