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태양광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많이 다뤄진 적이 있을까. 인기몰이라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태양광 얘기가 들린다. 다만 반가운 소식보다 안 좋은 내용이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
지난여름에는 홍수로 인한 산사태 속에 무분별한 태양광 설치가 도마에 올랐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깎아 내고 흉물스러운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환경 파괴 문제도 거론됐다. 태양광에서 나오는 전자파, 폐기물도 공포 대상이 됐다.
폭염에 전력 수요가 치솟자 이번엔 전력 수급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간헐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태양광이 늘수록 전력 수급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에는 새만금에서 태양광이 튀어나왔다. 27년 동안 성공하지 못한 새만금 개발을 위해 약 9% 부지에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발표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 태양광시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공장을 지어야 할 곳에 태양광이 들어선다는 소식(정부 설명으로는 소음·고도제한이 있거나 개발 수요가 낮은 부지라고 한다)에 지역 민심은 반발했다. 일부 야당에서는 “고작 태양광이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태양광에 감정이 있다면 서운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같은 잣대라면 우리는 더 이상 공장 한 동, 터널 하나 건설하기도 어렵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개발은 어디에도 없다. 그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주요한 미래 에너지원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아 전력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에너지원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0년 가까이 산업단지를 조성하지 못한 곳 일부를 재생에너지단지로 활용하는 것이 최상은 아니지만 '고작' 소리를 들을 일은 아니다.
태양광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듯 번번이 죄인 취급을 받는 게 안타깝다. 태양광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빠질 수 없는 에너지다. 우리 기업은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를 견뎌 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 왜 우리 태양광이 비난 대상이 됐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 때문일까. 아니다. 태양광이 동네북이 된 것은 오롯이 현 정부 때문이다.
태양광이 각종 이슈의 단골 소재가 된 것은 최근 1년 사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태양광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다. 태양광 에너지를 늘린다는 구상은 좋지만 방법이 서툴렀다. 속도도 너무 빨랐다. 멀쩡한 원전을 없애고 태양광을 대안으로 제시하니 곳곳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야구로 치면 잠재력이 있지만 경험과 기량이 부족한 신인 투수를 서둘러 등판시키는 바람에 난타당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두고 육성해야 하는데 갑자기 메인 무대에 오르니 당사자도, 지켜보는 이도 불안하다. 새만금이 그렇다. 태양광과 해상풍력 단지에 민간 투자 10조원을 기대하지만 말처럼 쉽겠는가.
태양광이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과 대립하는 제로섬게임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걱정이다. “원전 폐기 정책을 재고해야 하는 마당에 새만금에 태양광 단지를 조성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는 야권 인사의 말이 계속 맘에 걸린다.
태양광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태양광이 제대로 성장해서 우리 에너지의 한 축을 차지하도록 속도전이 아닌 신중한 접근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