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이 차세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고전기특성, 고신뢰성, 저비용 이방성 전도필름을 개발했다. 8K 초고화질(UHD)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장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KAIST는 백경욱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도전입자 포획률이 90%에 달하는 극 미세피치용 이방성 전도필름을 개발, 에이치엔에스하이텍과 함께 시제품으로 제작했다고 31일 밝혔다. 기존 제품 포획률이 3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방성 전도필름은 열화성 에폭시 레진에 전도성을 띠는 도전입자를 섞어 제작한 필름이다. 이미지 구현 반도체칩인 '드라이버 IC'와 디스플레이 패널 간 전기접속에 쓰는 핵심 재료다.
기존 극 미세피치 제품은 이방성 전도필름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전극 연결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전극과 전극 간 거리인 '피치'를 좁혀야 하는데, 이 때 이방성 전도필름 내 레진 유동으로 도전입자가 응집한다. 접촉 저항이 높아지고 '전기단락 회로'가 발생해 결함을 낳는다. 고가 도전입자 함량을 늘려 응집 영향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도전입자를 늘리지 않고도 20마이크로미터(㎛) 수준 극 미세피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이방성 전도필름을 만들었다. 나일론을 더한 단일층 필름 구현이 핵심이다. 나일론은 인장 강도가 뛰어나 도전입자를 '포획'한다.
이번에 개발한 필름은 도전입자 포획률이 90%에 달해 도전입자 함량을 기존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필름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접속 성능은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디스플레이 제품 품질·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백경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이방성 전도필름은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일본 이방성 전도필름 제품을 대체하고 우리나라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