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와 국내 전자업계가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국제 환경표준화 활동에 나섰다.
KEA는 지난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총회에서 순환경제 연구 특별반(AHG13)을 설립하고, 전자제품 주요수출 대상국 순환경제 정책을 연구해 왔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최근 열린 올해 IEC TC111 국제표준화 총회에서 '재질순환성 설계'에 관한 '표준화 작업반(Project Team)' 설립을 제안했다.
전자제품 제조사가 글로벌 주요국에서 순환경제 정책 주요 요소로 다루는 4개 중점분야(부품 재사용, 재제조, 재활용·재생가능률, 재생원료 사용)를 고려해 제품을 설계할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범용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 작업에는 한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 IEC TC111에 등록된 주요국 전문가가 참여해 향후 3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순환경제 측면에서 제품 내 유해물질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제품에 유해물질이 함유돼있을 경우 제품 재사용이나 원료재활용에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IEC TC111 총회에서 우리나라 정재학 박사(한국분석과학연구소장)가 전자제품 유해물질 분석분과(WG3) 컨비너로 선임됐다. 한국이 2008년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10년만에 이룬 쾌거다.
유럽, 미주, 중국 등 전자제품 주요 수출국은 유해물질사용제한(RoHS)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자업계는 개별국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IEC TC111 WG3에서 제정한 국제표준을 필수적으로 활용한다. 정 박사는 향후 전자제품에 적용하는 플라스틱에 함유된 특정물질 분석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 플라스틱 기술위원회(ISO TC61)와 공동 협력그룹을 구성해 표준적용 범주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유럽, 중국 등 전자제품 주요 수출 대상국에서는 제품생산, 소비 및 폐기 등으로 연결되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 구조에서 제품이 궁극적으로 폐기되지 않고 순환하여 재자원화 될 수 있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체제로 변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은 기존 재활용(Recycling) 중심 재자원화에서 원료절감(Reduce) 및 재사용(Reuse)을 강조해 제품 전과정으로 재자원화 범주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KEA 관계자는 “순환경제의 큰 범주 내에서 향후 재질순환성 설계 및 유해물질 분석방법 분야 표준화를 선도해 전자업계의 규제 대응력을 제고하고,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