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외신 진단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가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공급망(밸류체인)이 중국 중심인 아시아 국가일수록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을 대표 국가로 꼽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여파가 4분기 수출 통계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추가로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고용과 생산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코스피가 올해 최고점 대비 20% 하락하자 위기의 한국 경제를 집중 조명했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 불안한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두 차례나 하향 조정되는 등 예상보다 저조한 가운데 한은이 다음 달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했다. 기업 설비 투자의 2분기 연속 감소와 고용의 급격한 감소가 경제가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한국은행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처럼 기준금리를 미처 올리지 못한 국가 은행은 금리 인상이 이미 늦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일관되게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이미 경제 지표들이 나빠진 상황에서 자칫 기준 금리 인상이 가계 부채 문제를 터뜨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기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국가들은 경기 침체 시 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면서 현재로선 상황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통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에 앞서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가 미·중 무역 분쟁과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 문제 등 국내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미국과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 증시만큼 추락했다면서 수출이 둔화되면 문제가 본격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수출 지표를 이끌던 반도체 산업 전망도 밝지 않다. WSJ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기록에도 하락했다면서 더 큰 문제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라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 악화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고, 조선 및 자동차 부문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경기 침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