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인간과 로봇 공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최대 화두는 단연코 로봇이다. 국내 로봇 산업은 연평균 16%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미래 먹거리 산업임을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한국은 시장 규모 기준으로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다. 로봇 활용도를 나타내는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대수(로봇 밀도)는 478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 로봇 시장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삼성, LG,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도 로봇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로봇 산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왔다. 2007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국회를 통과,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재 로봇 산업의 구조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로봇 투자펀드가 필요하다. 국내 로봇 산업체 현황을 보면 96%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기술이 있어도 투자비 부담으로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많다.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분별해서 제품화까지 견인해 줄 수 있는 로봇 투자펀드 구성과 장기 투자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업 생태계 구성도 절실하다.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 공생할 수 있는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제도 지원과 연구기관의 기술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로봇 핵심 부품 산업 성장이 필요하다. 2000년대 디지털 시대로 전환해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본 나라는 일본이었다.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본이 두각을 나타내던 제품 시장을 줄줄이 한국에 내준 일본에는 미래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첫 모델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일본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로봇 부품 산업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로봇 핵심 부품이라 불리는 모터, 센서, 제어기와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력 부족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부품 경쟁력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국내 로봇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로봇 자체 기술뿐만 아니라 로봇 부품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일본이 전자기기 시장을 한국에 내주고 있을 때 그들은 로봇 부품 장비 기술을 개발했고, 그것을 무기로 이젠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됐다.
마지막으로 로봇 인재의 실력 양성이 필요하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로봇기업 45.1%가 전문 인력 부족으로 기술 개발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로봇 산업이 급성장하고 대기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로봇 분야 인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로봇 산업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는 정부가 2022년까지 전문 인력을 5000명 양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국은 10만명 양성 계획을 공표했다. 외형 발전보다는 내실 양성이 필요하지만 중국과 같은 로봇 분야 인재 양성 정책이 적극 필요하다.
고등교육에 앞서 청소년 시기부터 로봇을 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는 코딩 교육이 필수인 것처럼 앞으로는 로봇 시대를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 로봇 기반 개념과 실습을 주제로 한 교육 과정 증설을 통해 로봇 분야를 접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세계 로봇 산업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1000억달러 시장 규모가 예측되는 미래 유망 산업이다. 로봇 시대 시작을 알리는 총성은 이미 울렸고, 우리는 레이스 중심에 서 있다.
국내 로봇 산업이 안고 있는 몇몇 문제점에도 현재 우리 로봇 산업에 있는 긍정 부분이 더 많다. 우리 스스로가 국내 로봇 산업 현안을 되짚어보고 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 제도 개선, 산업 생태계 구성원 간 협업, 로봇 인재 양성이라는 삼박자를 잘 갖춘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로봇 중심 국가로 우뚝 서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박철휴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 chpark@kiro.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