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통신 서비스는 국가 경제·사회 중추 및 말단을 아우르는 신경망이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산업은 대표 선단(Fleet) 산업이다. 수많은 기업과 사람이 제공하는 기술이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모여서 빛나는 통신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수많은 기업·기술이 달라붙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필수인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지며, 일자리가 창출된다. 통신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구축하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 할 것이다.
21세기 우리는 새로운 전기통신 혁명, 5세대(5G) 통신혁명에 직면하고 있다. 5G 통신혁명은 올 여름 지구촌을 휘저어 놓은 태풍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만은 앞서 나가겠다'라는 표어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다부진 결의를 통해 우리는 정보화 첫걸음을 내디뎠고,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품게 됐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빛보다 빠르고, 다른 나라도 뒷짐만 지고 있지 않아서 분발이 없으면 더 이상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위용은 유지하기 어렵다. 5G 통신혁명이라는 큰 물결 앞에서 과거 허명에 매달려 눈을 감는 어리석음과 나태를 범한다면 비단 통신 분야 실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 기회를 실기하는 천추의 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5G 통신혁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5G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돼야 한다. 5G 통신 생태계를 잘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통신사업자 등 민간 부문이 주도하고 자발 노력이 뒷받침돼야 생태계가 진정으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다양한 기술 벤처기업을 양성해 통신사업자와 연계하고, 첨단 서비스 상용화뿐만 아니라 기업끼리 상생해서 고용 창출 등을 늘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1996년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한 통신사업자 연합체로 설립됐다. 이통 3사는 2002년 3000억원을 출자해 ICT 중소벤처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 모태펀드로서 코리아IT펀드(KIF)를 만들었다. KTOA가 KIF 업무 집행자로서 유능한 벤처캐피털을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8월 말 기준으로 현재까지 KIF는 중소벤처 투자 건수 981건, 총 투자금액 1조4838억원을 조성했다. KIF 자금 지원을 받은 768개 벤처기업 가운데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기업 100여개가 코스닥 또는 코넥스에 상장되는 성과를 이뤘다.
KIF 사업과 더불어 KTOA는 2016년 9월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KTOA 건물 1개 층(약 120평)을 비워 창업지원센터를 시범 설치하고 6개 벤처기업을 입주시켜 직접 보육해 왔다. 입주 업체에는 임대비를 면제했다. 이는 '통신사업자의 사회 역할과 나눔'이라는 생각에 KTOA 임직원, 특히 업무 공간이 좁아지는 불편을 감수한 직원들의 공감이 있어 가능했다.
KTOA의 벤처창업보육사업은 이통 3사를 비롯한 회원사의 폭넓은 지지와 후원을 기반으로 통신사 공동 공익사업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나아가 KTOA는 기존 보육센터 외에 임대용으로 사용해 오던 1개 층을 더해 2개 층으로 '(가칭)KTOA창업지원센터'를 설치, 올해 안에 개소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기업이 무료로 보육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앞으로 수요가 더 커지면 더 큰 별도 공간을 마련, 창업 꿈나무들에게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통신사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KTOA 창업보육 과정을 거쳐 졸업한 중소벤처가 5개에 이르는 등 세간의 기대와 호응은 높아 가고 있다. 오직 바라는 바는 이들 창업벤처가 훌륭하게 성장해서 ICT 산업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젊은이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주는 새로운 엔진으로 커 주는 것이다.
나봉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rhabon@kto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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