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진정한 스타트업은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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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일 한밭대학교 창업학과 겸임교수

2016년 생물학 학술지 '이라이프'에 이목을 끄는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 오리건대학 케네스 프리호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단세포 원시 동물이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 분석 결과 개별 세포 협력을 유도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수억년 전부터 존재해 온 단백질에서 채취한 것으로, 이는 곧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됐다.

수억년 전에 탄생한 돌연변이 유전자로 단세포 생물은 다세포 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진화 원동력이 기존 법칙과 체계에 순응하는 정상 유전자가 아니라 이를 거부하고 특이한 행동을 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상 유전자만이 존재했다면 새로운 진화라는 혁신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화 원동력인 돌연변이는 비즈니스 세계에도 혁신을 주도한다. 비즈니스 세계 돌연변이가 바로 '스타트업'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도 창업 초기에는 주류가 아닌 돌연변이에 지나지 않았다.

창업 초기에 성공을 의심받던 돌연변이들은 이제 정보기술(IT) 업계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이들은 기존 기업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잠재된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과거 돌연변이에 불과하던 스타트업들은 이제 공룡이 됐다.

돌연변이가 혁신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자연계와 비즈니스 세계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며 개척한 스타트업은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기존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서 생존하고 성장했다.

최근 각종 창업 자금과 지원 정책이 집중되고 있는 일부 산업 분야에 스타트업이 불나방처럼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처럼 사업 본질을 무시하고 맹목으로 유행에 편승하는 스타트업은 절대 돌연변이가 될 수 없다.

필자가 수년간 창업 현장을 다니면서 아쉬움을 느낀 사례를 소개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관심이 치솟은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채팅로봇, 일명 '챗봇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6년 음식주문용 챗봇 서비스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대형 음식배달 업체에서 챗봇 서비스를 시작하자 올해 초 사업을 접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신생 업체가 대형 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행만 믿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짙다.

반대 사례도 있다. PC 기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 모바일 게임에 주목한 컴투스 성공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성이 크다. 당시 모바일 게임은 하드웨어(HW) 한계로 유저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 '컴투스 프로야구'를 출시하면서 비로소 주목 받게 됐다. 컴투스는 이후 고속성장기를 누리면서 넥슨, NC소프트 등 대형 게임 개발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돌연변이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강자가 주목하지 않지만 잠재된 고객 수요가 풍부한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감춰진 수요를 발굴하고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숨어 있는 시장을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이것이 현재 일류 기업이 된 과거 돌연변이 스타트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박명일 한밭대 창업학과 겸임교수 myungil.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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