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처럼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한 경우는 일본 재팬넷뱅크(야후재팬) 및 중국 중신AI뱅크(바이두), 위뱅크(텐센트) 등이 있다. 계열사 포털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갖췄다. 계열사 간 고객 공유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카드, 외환 송금 등에서 최적화된 상품도 개발했다.
재팬넷 뱅크는 2000년 일본 최초이자 포털 중심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야후재팬과 미쓰이스미모토(SMBC)이 각각 41% 출자했다. 이외 후지쯔, 일본생명보험, 미쓰이, 일본전신전화, NTT도코모 등이 지분을 투입했다.
재팬넷뱅크는 야후재팬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흡수해 금리나 포인트 통합 혜택을 제공했다.
야후 웹 화면에서 간편하게 예금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했다. 또 재팬넷 은행 계좌로 결제 시 수수료 무료나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했다. 야후 옥션 판매자를 위한 대출 상품도 마련했다.
자산 대부분을 유가증권 및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고, 경마·경정·경륜 등 공영경기의 결제자금 이체 서비스로 일본 승마협회로부터 수수료 이익도 받고 있다. 대주주 미쓰이스미모토은행과 보증계약으로 대출 관련 신용 리스크도 줄였다. 그 결과 5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중신AI뱅크는 지난해 11월에야 영업을 개시했다. 중신은행이 70%, 중국 포털 업체 바이두가 30% 지분을 보유했다. 명칭에 'AI'가 들어간 만큼, '지능형 금융' 은행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실제 AI뱅크 직원 중 60%가 기술 분야로 구성됐다.
아직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바이두 애플리케이션(앱) 일간활성이용자수(DAU)가 1억480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팬넷 뱅크 사례처럼 바이두 회원을 바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업 바이두가 이미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갖춘 점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중신 AI뱅크는 이를 활용, 보다 고도화된 대출 심사 평가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 포털을 통해 금융 데이터뿐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까지 확보해 고객 재무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 가능하다.
위뱅크는 종합 IT 기업이 은행권에서 성공한 대표 사례다. 모회사 텐센트는 위챗, QQ 등 소셜 플랫폼뿐 아니라 포털, 게임 사업에까지 진출한 업체다. 텐센트는 위뱅크 지분 30%를 갖고 있다.
위뱅크 경쟁력도 포털과 소셜 플랫폼 데이터에 기반한다. 자산 기반 신용등급 외 텐센트 소셜 플랫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고객 정보로 대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한 예로, '훠처방(貨車〃)' 앱을 근거로 화물차 기사 성실도와 수입을 추정한다. 그간 신용등급이 낮아 사금융, 개인 간 대출에 의존하던 화물차 기사에게도 대출 진입장벽을 낮췄다. 출범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약 1조14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175%나 증가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