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특유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성공한다면 2020년대 이후 상용화가 예정된 고도 자율주행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자율주행 주요 기술 특허에서 취약점을 보이지만, 빠른 기술 개발 역량과 인프라 관련 기술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표준 'J3016' 최신판에서 레벨3~5에 해당하는 고도 자율주행 기준을 강화했다. 레벨3부터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옮겨가면서 관련 기술이나 특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다.
완전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4·5는 차량 제조사, 자율주행 시스템 제작사에서 면허를 발급받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레벨4·5 자율주행차는 운전 대부분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한다. 때문에 주행 관련 기술만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초고속 통신망인 5G,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V2X(Vehicle to Everything) 등 통신망 관련 기술이 차량과 인프라, 사람을 모두 연결해 완전한 자율주행을 가능케 한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특허 분야에서 4위에 올라있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자동주차 등 고도 기술 분야 특허는 빈약하다. 반면 5G 네트워크 관련 기술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인텔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했다.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하는 자율주행차의 필수 기술인 '다중입출력장치(Massive MIMO)' 특허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전략적 특허 매입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그레이로부터 ACC, 내비게이션 등 6개 특허를 매입했다. 이 시점 이후 삼성전자 특허 피인용수가 급증했다. 웨이모, 구글의 자율주행 특허 심사 과정에서 심사관의 삼성전자 특허 인용수는 2013년 17번에서 2014년 65번, 2015년 66번, 2016년 93번, 2017년 60번으로 늘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삼성전자가 그레이로부터 매입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자율 주행 자동차 분야에 뛰어든 구글 등과 같은 IT 선도 기업뿐만 아니라 토요타 등과 같은 전통적 자동차 기업에 의해서도 피인용이 급증했다”면서 “특허 경쟁력이 특히 취약한 자율 주행 자동차 분야에서는 특허 매입, 인수합병을 투자 전략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 관련 특허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특허 당 심사관 피인용수는 8.27건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매년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해외 지도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미래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율주행 산업은 태동 단계를 지나 이제 급속한 발전을 해야 하는 단계”라며 “원천 기술을 많이 보유하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지만, 인프라 기술을 활용해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면 선도 국가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