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임박한 기준금리 인상…경기침체·가계부채 '역효과' 해결책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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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대되고 있다. 소득 증가세를 뛰어넘는 가계 부채, 부동산 시장 과열, 한미 금리 역전 차 확대 등이 주요 배경이다. 시장도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달 혹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11월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심화, 가계부채 뇌관 폭발 등이 주요 불안요소다. 일각에서는 물가·금융 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금리 조정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르익은 '금리인상론'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최근 금리인상론에 힘이 실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를 '금융불균형 누증'으로 규정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불균형은 시장에 실물 가치보다 더 많은 자금이 풀려있는 것이다. 더 이상 소득 증가세를 뛰어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낙연 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적하자 금리 인상을 점치는 관측이 많아졌다. 실제 상당수 가구가 저금리 기조를 타고 소득보다 많은 빚을 냈다. 2분기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59.8%에서 161.1%로 높아졌다.

계속 벌어지는 한미 금리 차도 금리 인상 요인이다.

미국 금리는 지난 3월 한국 금리(1.50%)를 역전했다. 이후 격차는 6월 0.5%P, 9월 0.75%P로 확대됐다. 미국은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예정됐다.

한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하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2월 1%P에 달하게 된다. 이 경우 대규모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국내에서 '셀 코리아' 기조가 강해진 만큼 자본유출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다.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해결책?

그동안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가계부채 뇌관 폭발' 우려였다.

금리를 인상하면 취약차주 부실화가 불가피하다. 7월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69.8%를 차지한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를 직접 받는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대출금리 1%P 상승 시 1인 고용 자영업자는 연간 565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먼저 저금리 정책이 지속돼 시중 유동성이 과잉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곧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너무 낮아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가계부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은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금융권 전제 가계부채 규모를 전월 대비 4조4000억원 늘어난 1531조원으로 집계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9.13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3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업계는 금리 인상이 정부 예상대로 대출 감소라는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가계부채 뇌관 폭발이라는 '역기능'으로 작용할지 알 수 없다고 반응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국정감사에서 “한미 금리 역전을 이대로 놔두면 자본유출 우려가 있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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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불안요소 '수두룩'…해결책 마련해야

한은과 정부가 금리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경기 침체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은 사업자금을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투자 부진은 생산을 감소시켜 경기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최근 투자가 우리 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는 더 크다.

수개월째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쪼그라들었다.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3월 130.4에서 8월 112.9까지 떨어졌다. 건설기성(한 달 동안 시공한 공사실적)도 같은 기간 9조7840억원에서 9조3230억원으로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설비투자와 관련 “자동차를 중심으로 운송장비가 증가했지만 비중이 큰 기계류의 감소세가 지속돼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건설투자와 관련해선 “건설기성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수주도 큰 폭 축소됐다”며 “건설투자 감소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투자 부진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은 직원 채용을 미루거나 포기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년동월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락하며 고용난이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졌다. 금리 인상이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지표 대부분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상보다는 인하가 거론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10월이 아닌 11월이 될 것인데, 10월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계부채 부담을 낮출 장치, 경기 활성화를 위한 별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기관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추세”라며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더 침체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 압력? 글쎄…“금리, 본연 목적으로 활용해야”

물가 상승률이 낮아 금리 인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과 정부가 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명분 중 하나는 '물가상승세'다. 금리를 인상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1.9% 올라 한은 목표치(2%)에 근접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 금리 인상은 성급하다는 반론도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개월째 1%대를 유지해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금의 물가 상승은 주로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것이지 수요가 활발하기 때문은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부동산·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의 금리 조정 목표는 물가·금융 안정인데, 이를 벗어난 활용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가계부채 문제는 여기에 집중된 다른 정책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집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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