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자본유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진단이 나왔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다수 신흥국이 자국 금융체계에 대한 심각한 충격 없이 최근 시장동요를 이겨낼 것이라는 일반적 의견도 함께 개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은행과 함께 개최할 연차총회를 앞두고 10일 배포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이런 분석을 담았다.
IMF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일부 신흥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겠지만, 대다수는 때때로 발생하는 통화가치 급락을 딛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의 저금리 정책 기조에 힘입어 상당한 투자를 유인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오르고 기업들이 고용과 사업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경기가 호전됐다.
IMF는 이렇게 유입된 자본이 급속도로 신흥국에서 이탈하는 매우 부정적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자본 역류가 유럽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4분기 수준을 뛰어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타났던 것과 맞먹는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자본유출 규모는 1000억달러(약 11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IMF는 "이런 꼬리 위험(Tail-risk·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실현되면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는 위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신흥시장의 경제적 성취, 특히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국가나 기업들에 극심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지난주 연설에서 "신흥국들이 받는 압박 때문에 시장 조정(새 균형점을 향한 상품 가격의 빠른 변화), 급격한 환율변동, 더 심각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대형 자본유출 시나리오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흥국들의 취약성이 작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IMF는 부채상환을 두고 곤경에 빠질 위험이 크거나 실제로 곤경에 빠진 저소득 국가들의 비율이 5년 전 25%였으나 현재 45%가 넘는다고 집계하고 있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이날 보고서 발표와 함께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반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금융여건이 급격하게 빠듯해질 리스크에 대해 방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