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전기차 보조금,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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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선문대 교수.

수입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장의 테스트를 위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서 한국은 후발 주자였지만 정부와 민간의 적극 투자와 의지로 이제는 해외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현재 전국에 2만개가 넘는 완·급속충전기를 갖춰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 수준의 충전 인프라를 자랑한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 구매를 위한 국가 보조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충전 때 드는 전기 사용요금 또한 매우 저렴한 편이다.

특히 지난해 쉐보레 '볼트EV'에 이어 올해 현대 '코나EV', 기아 '니로EV' 등 주행 거리가 400㎞에 이르는 전기차가 잇달아 나오면서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염려도 크게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들 전기차는 사전 계약 당일 생산 및 배정 가능 물량이 동났으며, 올해 보조금이 거의 마무리되자 지방자치단체별 추경 예산 확보에 혈안이 됐다. 올해는 한국 전기차 보급의 '전환기'라 할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이렇게 급변하면서 이미 전기차를 판매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장 테스트를 위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차량 테스트는 물론 전기차의 판매와 사후서비스(AS), 운영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충전기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한국은 이들에겐 매력 넘치는 시장임과 동시에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는 전기차 보급 지원책, 특히 보조금 지급 전략을 다시 한 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올해보다 줄어들 예정이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대당 지원금은 줄이면서 혜택을 받는 대수는 는다.

그러나 단순히 대당 보조금 규모를 줄이면서 대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제대로 된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더욱 활성화되고, 특히 차량 제조사들의 각종 투자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으며, 해마다 보조금을 줄이면서 대수를 늘리는 단순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정부 주도로만 전기차 보급 정책을 끌고 갈 수는 없다. 민간자본, 특히 차량 제조사를 전기차 보급 노력에 적극 참여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이에 대한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각 제조사 전기차의 성능, 특히 주행 가능 거리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 시작했다. 즉 주행 거리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차에는 보조금 100%를 지급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에는 차등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2017년형과 2018년형의 주행 거리가 다르면 차등화된 금액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차등 정책은 제조사들이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려는 노력을 가속시킬 수 있다.

미국과 같이 차량 제조사별 보조금 대수의 한계를 정하거나 충전 인프라에 투자하는 회사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당장의 보급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향후 문제가 될 전기차의 중고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솔루션과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슷하게 제조사별 전기차 의무 판매 대수를 정하고 이를 못 지켰을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새로운 정책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조사별 판매 대수가 미달됐을 경우 아예 해당 제조사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파격을 통해서라도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적극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보조금 전략을 좀 더 세분화하고 차별화해서 제조사 자발에 따른 동참을 유도하고 제조사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좋은 인프라에 좋은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좋은 전략으로 민간 기업의 적극 참여를 이뤄 낸다면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외형으로도 내실로도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 suatrac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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