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공유형 연구비정산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연구비 집행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부정 사용 가능성을 사전에 낮춘다.
임윤철 기술과가치 대표는 1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연구윤리 대토론회(연구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연구관리 혁신)에서 'ABCD연구관리시스템(가칭)' 도입을 제안했다. AI(A), 블록체인(B), 클라우드(클라우드), 빅데이터(D) 기반으로 연구비 집행 정보를 실시간 파악, 수집하는 것이 골자다.
임 대표는 “연구재단과 대학이나 출연연 사이에 연구행정을 위한 중간조직이 비대해지고 이해관계자도 많아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연구윤리 제고를 위한 창조적 관리시스템 모델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연구비 관리시스템 통합과 맞물려 지금이 도입 적기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구자 중심 연구관리시스템 구축 일환으로 연구비관리시스템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17개 연구비관리시스템을 'Ezbaro(과학기술정보통신부)' 'RCMS(산업통상자원부)' 두 개로 이원화했다.
임 대표는 “시스템 이원화에서 나아가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요소 기술을 융합한 연구비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면서 “투자비용도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조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BCD 연구비관리시스템은 연구자의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부정한 연구비 사용정보 파악이 빠르다”면서 “연구비 사후 정산 관행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연구자 윤리 의식도 제고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재단 내 '윤리(E)위원회'를 설치, 연구비 사용 관련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소명하는 기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는 “대학 연구비 회계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근본적으로 연구와 행정이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과도한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연구비 집행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다”면서 “연구자의 정보 부족, 잘못된 정보로 인한 부적절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행정 서비스 개선으로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 자체 마이크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실효성있는 산학협력단 연구관리역량평가를 도입하는 등 대학의 연구행정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간접비 수익와 지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간접비 수익의 연구지원, 교내 연구 재투자 원칙을 명시하고 인센티브로 될 수 있는 별도의 간접비 항목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주 국가과학기술회 전문위원은 국가과기기본법에 연구윤리 개념과 방향을 체계화하고 과기, 인문사회 분야 출연연법을 통합해 연구윤리 독립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토론회는 한국과학기술총단체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 개최했다. 최근 연구비 부적절 집행, 부정적 공저자 등록, 유령 학술단체의 국제학회 참가 등 연구윤리 훼손 행위가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과학기술계 연구윤리 실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구윤리 재정립과 연구관리 혁신 방안 마련을 위해 열렸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