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분야 경쟁에서는 미국이 유리할까, 아니면 중국이 유리할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라나 포루하르는 21일(현지시간) 리카이푸 창신공장 회장의 신간 'AI 슈퍼파워:중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AI 슈퍼파워)이라는 책을 토대로 이런 물음을 던졌다.
구글차이나 사장 출신인 리 회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벤처 사업가이자 AI 과학자다.
리 회장은 'AI 슈퍼파워'에 미국이 앞으로도 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리 회장은 AI가 혁신에 관한 문제라고 믿는다면 미국이 AI 분야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혁신의 시대를 지나 실행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믿는다면 AI 분야의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라나 포루하르는 리 회장의 저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AI의 우월성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 즉 알고리즘에 채워 넣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데이터 처리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최고의 AI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신경망에 채워 넣고 그것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능력이라고 라나 포루하르는 강조했다.
이러한 이론을 받아들인다면 AI 분야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유리하다고 라나 포루하르는 말했다.
1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잠재 데이터 풀을 확보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자유롭게 수집할 수 있는 체제라는 점에서 미국보다 유리하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미래 컴퓨터라고 불리는 최첨단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AI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중국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대가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했다.
리 회장은 또 자신의 저서 'AI 슈퍼파워'에서 "실리콘밸리는 태평양 건너 경쟁자보다 매우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라나 포루하르는 중국이 AI 기술을 소비 부문뿐 아니라 제조업, 공공서비스, 의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효과적으로, 빠른 속도로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리 회장의 'AI 슈퍼파워'는 AI 혁신이 분권적인 환경에 적합한지 아니면 중앙집권적인 환경에 적합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AI 기술을 상업화하고 있는 양국의 거대 IT 기업들은 젊은 기업이며, 분권적 환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리 회장은 이들 거대 IT 기업들은 점점 독점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점점 거대하고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회장은 지난 4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2018 TED 콘퍼런스'에서도 강연을 통해 "미국이 AI 발견의 시대를 주도했다면, 중국은 AI 실행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7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거래를 통해 중국의 기업들은 엄청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고 이러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이라는 '로켓엔진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게 리 회장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드론과 인공지능번역, 음성인식 등 AI와 관련된 대다수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