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Ⅰ]<14>양자산업 인재부족, 산학협력으로 돌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우려하지만, 반대로 인재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곳도 있다. 이제 상용화 첫걸음을 뗀 양자정보통신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양자물리학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재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과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양자인재 양성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양자경쟁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다가오는 양자시대

양자시대는 이미 열렸다. 국방이나 금융, 연구개발 등 특수 분야에서 먼저 찾는다. SK텔레콤은 7월 도이치텔레콤 시험망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적용했고, 미국 퀀텀익스체인지에 100억원 규모 양자암호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이 인수한 스위스 IDQ는 2017년 유럽우주국(ESA) 주도로 아리안그룹이 제작한 아리안6 로켓에 단일광자검출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12월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면 양자시대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동통신사는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에 양자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5G 네트워크에 양자암호통신 적용도 가능하다.

경쟁이 뜨거운 분야는 양자컴퓨터다. 프로펠러 시대에 초음속 전투기가 등장하는 데 비유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현존 사이버 암호체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단순 과학기술이 아닌 '안보' 관점에서 다뤄진다. 자연을 그대로 모사할 수 있어 바이오, 화학 산업 잠재가치도 막대하다.

미국에서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양자연구소를 설립한다. 블룸버그통신은 4월 특집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앞서 '양자컴퓨터 혈투'를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자시장은 2024~2025년을 기점으로 폭발할 전망이다.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소자, 양자센서, 양자컴퓨터를 합친 양자정보통신 세계 시장 규모는 2025년 423억달러(약 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최소 10%에서 많게는 3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자인력 부족 심화…산·학 협력 강화해야

산업 성장속도가 빠르면 인재 양성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양자산업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자물리학이라는 난해한 지식을 ICT에 응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양자전문인력을 모집한 국내 A통신사는 내부 인력 재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원하는 수만큼 양자전문인력을 찾을 수 없어 기존 직원에게 양자기술을 가르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럽 양자정보통신기술연구협의체(QICT)가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자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한 '독창적 연구자'가 78명(2013~2015년)으로 21개국 가운데 17위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연구예산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17위였다. 연구예산과 인력양성이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양자정보통신은 전통 ICT에 필요한 재료, 장비, 부품, 소프트웨어(SW)에 양자 전용 프로세서와 SW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재를 요구한다. 전통 ICT와 양자물리학을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IDQ가 운영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은 양자인력 양성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이 회사 경쟁력은 제네바대와 공동 운영하는 탄탄한 산·학 협력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이론 물리학을 실생활에 접목하는 데 관심을 둔 '응용물리학그룹(GAP)'이 핵심이다. 제네바대가 운영하는 GAP은 모두 7개 그룹으로 나뉘며 IDQ를 창업한 니콜라스 지생, 휴고 즈빈덴 교수가 광학과 양자기술 그룹을 각각 이끌고 있다. IDQ 창업자 4인이 모두 GAP 출신이다.

휴고 즈빈덴 교수는 “IDQ 경쟁력은 제네바대와 긴밀한 산·학 협력에서 나온다”면서 “IDQ 연구원 10명 이상이 GAP 출신”이라고 말했다.

◇양자인력 키우는 각국 정부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국은 양자인력 확보에 열을 올린다.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미국에서 나왔다. 양자연구소를 짓고 양자위성까지 쏘아올린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 위기감이 작용, 강력한 정부주도 투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6월 미국 공화당은 상·하원에 '국가양자이니셔티브(NQI)' 법안을 제출했고 지난 13일 하원을 통과했다. 4년간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양자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인력양성을 하자는 게 골자다. 대학에서 양성하는 인재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응용물리학 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양자컴퓨터 SW 인재 양성을 요구한 점도 흥미롭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정부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물리학계 의견에 밀려 대규모 투자가 유보됐다. 올해와 내년 양자컴퓨팅에 60억원, 양자센서에 46억원이 배정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인재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이 예산으로는 근본적 인재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특별법 제정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어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요 양자 예산

양자정보통신 세계 시장 전망(단위 백만달러)

양자통신:커뮤니케이션 인더스트리 리서처

양자소자:글로벌 포토닉 IC & 퀀텀컴퓨팅 마켓

양자센서:야노 E 펄스

양자컴퓨터: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

미국 NQI 법 개요

IDQ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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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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