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개인 별장 건축비로 쓴 혐의를 받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담 회장과 오리온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담 회장을 1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불러 조사했다.
오전 9시40분께 경찰에 출석한 담 회장은 '회삿돈 200억원을 별장 공사비로 지출하라고 지시한 적 있나', '건축 진행 상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있나' 등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해당 건물 용도에 대해서는 회사 연수원이라고 밝혔고 건물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담 회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도 양평에 개인 별장을 짓는 과정에서 법인자금 약 200억원을 공사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오리온 본사를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했으며 공사와 자금 지출에 관여한 이들을 불러 조사해 왔다. 이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담 회장을 소환했다.
경찰은 해당 건물 설계 당시 정확한 용도가 무엇이었는지, 설계와 건축에 담 회장이 관여한 부분이 있는지, 담 회장이 공사비를 회삿돈으로 지출하라고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오리온은 해당 건물이 경영진 개인 별장이 아닌 회사 연수원이고, 담 회장이 설계와 건축이 관여한 사실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과거 수 차례 기사화 된 내용이고 2011년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했으나 문제가 없어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며 “2014년 완공 시점 건물 용도를 재검토해 지난 4년간 오리온 임직원 연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고 최고경영진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서는 “담 회장은 연수원 설계 및 건축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당시 모든 의사결정은 비리행위로 퇴직한 전직 임원인 조경민 전 사장이 했다”며 “조 전 사장은 동일 내용으로 수년째 음해를 계속하고 있어 수사를 통해 충분히 소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리온 측 주장과 달리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총수를 직접 소환 조사한 만큼 담 회장이 해당 건물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정황 등 혐의를 상당부분 파악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담 회장은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남편이다. 담 회장은 2011년 고가 미술품을 법인 자금으로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201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