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세계 각국에서 시작된 디젤차 규제가 최근 들어 운행금지라는 강력한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디젤차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 전체에 대한 운행금지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BMW 화재 사태'로 디젤 차량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승용 디젤모델을 단종하기도 했다.
디젤차 퇴출이 가장 먼저 이뤄지는 국가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다. 양국은 오는 2025년까지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특히 유럽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전기차 구매 시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도로 통행료 감면, 주차비와 충전비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52%로 치솟았다. 반면 세금, 통행료 등에서 불이익이 큰 디젤차는 판매 비중이 23%에 불과했다.
'자동차 선진국' 독일은 디젤차 퇴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독일 헤센 주 행정법원은 대기실 개선을 위해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해 달라는 독일환경행동(DUH)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배출가스 기준 '유로5'를 충족하지 못하는 디젤차는 운행할 수 없게 된다. 도 내년 9월부터는 '유로6' 이하 디젤차 전체 운행도 금지된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올해 초에도 슈투트가르트, 뒤셀도르프에서 내년 1월부터 노후 디젤차 운행 금지 판결을 내린바 있다. 또 함부르크시는 지난 5월 말부터 도심 주요 구간 두 곳에서 유로6 기준에 못 미치는 디젤차가 운행하다가 적발되면 승용차 25유로(약 3만2000원), 트럭 75유로(약 9만8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현재 독일에 등록된 1500만 디젤차 중 유로6를 충족하는 차량은 600만대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파리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2024년까지 모든 디젤차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다. 현재 파리는 최근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대기 질이 너무 나빠지면 시정부는 며칠간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40년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 운행을 금지할 예정이다.
영국은 2040년까지 디젤, 가솔린 차량뿐만 아니라, 전기모터를 겸용하는 하이브리드카도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전기만으로 50마일(약 8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차량만 판매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런던은 2층 버스에 전기차, 수소전기차로 대체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제조판매협회에 따르면 친환경 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로마, 밀라노, 토리노 등 주요 대도시에서 디젤차 운행을 규제한다. 특히 로마는 2024년부터 디젤차 운행이 금지된다.
일본은 2003년부터 수도인 도쿄에서 매연 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노후 디젤차에 대한 운행을 금지했다. 일본 전역에서 디젤차 운행을 제한하는 방안은 아직까지 수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차 업체들은 디젤차 생산에서 손을 떼고 있다. 닛산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디젤차 생산을 중단한다. 토요타도 대형 SUV를 제외한 디젤차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혼다, 스바루 등 다른 업체들도 디젤 모델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중국은 화석연료 차량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가파른 성장을 보이는 산업군인 만큼 당장 가솔린, 디젤차량에 철퇴를 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도를 시행해 산업 환경 변화부터 모색한다.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도는 완성차 업체들이 2019년 10%, 2020년 12%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맞춰야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노후 디젤차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은 지난 6월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디젤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내년 3월부터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은 차량 모두가 단속대상이 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그랜저, i30 등 일부 승용 디젤차를 단종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