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14>"옥수수와 감자만 먹고 살수 있나요?" 미래의 푸드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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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출처=IMDB>

영화 '인터스텔라' 첫 장면은 미래 식량 부족 위기에서 시작한다.

엄청난 모래폭풍 등 기후변화와 병충해 등으로 식물 재배가 점점 어려워졌다. 황무지처럼 변한 지구에서 주인공 가족은 옥수수를 키우며 자급자족한다. 식량 위기로 인류 멸망 시기는 점점 빨라진다.

미래를 상상하는 SF 영화에서도 먹고 사는 문제는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로 등장한다. 다른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불시착한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기지 내 감자를 키우기 시작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음식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인류는 옥수수와 감자만 먹고 살 수 없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식량 자원

옥수수와 감자가 '무기'가 될 수 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자는 기후 변화, 물 부족, 인구 증가, 비만 등이 글로벌 식량 위기를 불러오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 안보와 인류 건강에 식량 문제가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량 안보란 개인, 가정, 지역, 국가 또는 세계가 항시 안전하고 영양 있는 공급이 충분하고 접근 가능한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국가 차원의 식량 안보란 국민의 안전한 생존과도 직결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48.9%로 식량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적으로 곡물 재고가 줄어들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량 안보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 일이 아니다. 2008년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가로 폭등했을 때 소말리아와 예멘 같은 식량 문제 취약국가 등 48개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세계적으로 많은 과학자, 농업 전문가, 기업가가 음식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해결방안을 찾는다. 8억명 인구가 기아로, 20억명이 빈곤에 시달린다.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너무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농작물은 육지 면적 11%를 차지하고, 목축업은 빙하가 없는 지면 26%를 차지한다. 농업은 전체 물 사용량의 70%를 사용한다. 가축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 약 14.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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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래 식량 자원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이같이 식량, 곧 식품과 기술을 접목해 생산, 보관, 유통, 판매 등 관련 분야에 이뤄지는 기술 발전을 '푸드테크(Food Tech)'라고 부른다.

◇미래 인류 먹거리 찾는 푸드테크

푸드테크가 국내에선 주문, 배달 대행 등과 같은 영역에서 좁게 있지만 해외는 다르다. 빈곤, 기아 퇴치와 같은 인류 공통의 과제를 해결할 성장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에 의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2014년 78%, 2015년 44%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각각 166%, 92%로 더 크게 늘었다.

농업과 접목된 바이오에너지, 생체재료, 기능성식품, 대체식품 개발 등도 활발하다. 농장 등에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접목한 스마트팜이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키친도 주목받는다.

한정된 재배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만들어진 수직 농장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태양광이 아닌 LED 조명, 센서, 수경 재배 등 다양한 기술이 잇따라 도입된다.

가장 중요한 식량 생산 분야에서 핵심은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다. 농산물 재배 환경부터 자동화하고 지능화하는 노력이 이어진다. 날씨 변화에 따라 농장을 관리하는 기술은 도입된 모델이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둔 '세레스 이미징'은 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감자 등 농작물 재배지 등에 센서 장비를 단 비행기를 날려 보내 고해상도 이미지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낱낱이 분석되고 예를 들어 밭에 물을 너무 많이 줬는지 아니면 너무 적게 줬는지 농가에 알려준다. 세레스는 이미지에 나온 토양 온도를 확인해 물 양을 파악한다. 물이 많이 뿌려진 토양은 이미지가 더 어둡고, 아닌 곳은 더 밝게 표시된다.

물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최적 농산물 생장을 관리할 수 있다. 회사는 이 기술 기반으로 최근 2500만달러 규모 시리즈B 투자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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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 있는 '헬로 트랙터'는 트랙터용 우버를 표방한다. 201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에는 트랙터를 팔려 했으나 아프리카 대부분 농부에게 너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헬로 트랙터 서비스를 통해 트랙터 소유자와 농부를 연결해준다.

◇식품 생산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첨단기술

식량 생산만이 문제가 아니다. 식량 자원 유통에도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인류는 지구상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는 많은 사람이 수십 년째 굶주림에 허덕이지만, 선진국에선 남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골칫거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3분의 1은 버려진다고 추정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식량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가 낭비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타트업 '어필사이언스'는 특별한 식품 코팅제를 개발한다. 식물성 코팅제를 통해 냉장 보관을 하지 않고도 과일과 채소 유통기한을 두 배 이상 대폭 늘릴 수 있다.

원거리 농작물도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농작물은 수확, 포장, 가공, 유통 과정에서 상처가 나고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생산 단계에서 포장에 들어가는 이 초기 투자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빌앤드멜린다 게이츠 재단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을 한다.

이외에도 진공 밀봉, 가열, 냉각 기술 등 스마트 기술과 함께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포장 혁신이 이뤄지면 음식의 신선도가 올라가고, 폐기되는 음식도 줄어들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매립지 문제와 메탄가스 배출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체식품 개발도 활발하다. 식용곤충,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 등 식품 안전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영양에 맛까지 갖춘 식품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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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탁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슈퍼마켓과 농장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음식 배달부 대신에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 종업원 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고, 전통적 농부가 데이터 과학자와 시스템 관리자로 대체된다. 푸드테크가 바꾸고 있는 것은 내일의 메뉴만이 아니다. 바로 세상 그 자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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