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와 업(業)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기업은 영업 관리, 세일즈 자동화란 이름으로 소프트웨어(SW) 툴을 도입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툴과 시스템이 영업 조직 비효율성의 원천이 되고, 불신의 근원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실행'과 '관리' 효율화가 동시에 충족돼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영업 관리 또는 영업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사용되는 시스템과 툴은 99% 가까이 경영층의 관리 도구로 변질돼 사용된다.
영업 직원은 데이터 입력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면서 시스템을 귀찮게 생각한다. 시스템을 관리와 감시 도구로 여긴다. 요구하는 데이터와 정보를 마지못해 입력하다 보니 부정확한 데이터가 넘친다. 쌓인 데이터와 정보는 시간이 흐르면서 '쓰레기'가 되고, 경영층은 그것을 근거로 예측하고 판단한다. 이런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만 나온다(GIGO)'는 악순환 속에서 직원은 직원대로 불만이고 리더는 리더대로 답답해 한다. 조직 전체가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어처구니없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출발점에 문제의 원초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이 시장에 소개됐을 때 중심은 영업이 아닌 마케팅이었다.
B2B 기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에 세일즈 자동화가 추진됐어도, 영업관리 툴은 1990년대 말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상용화됐다.
초기 세일즈 자동화 툴은 영업 조직의 관리 체계화를 필요로 하던 초대형 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이 주로 도입했다. 영업 관리뿐만 아니라 실행력 향상을 위한 기능이 제공됐지만 기업은 복잡하고 분산된 영업 조직 성과 관리에 초점을 맞춰 사용했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툴이 범용화됐지만 '실행' 효율화 영역은 잊히고 '관리' 중심으로 사용되면서 SW와 툴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잘 꾸민 화려한 보고서, 각종 분석과 예측을 담아내는 다양한 도형과 그래프에 빠져 영업 실행력 강화라는 본질은 매몰됐다. 여기에 빅테이터에 의한 다양한 예측과 시뮬레이션 환상에 빠져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었다.
영업지표를 분석하고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여 조치를 취하고 바로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엉뚱한 데이터로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
관리하려는가, 바꾸려는가?
영업 자동화 시스템, 영업 관리 프로세스 목적은 감시 또는 통제가 아니다. 영업 본연의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도록 길을 안내하고,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번쩍번쩍하는 BCG(뷰티풀, 컬러풀, 그래픽)에 빠져서 본질을 왜곡하려면 차라리 영업 자동화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 영업을 감시하려면 성과 관리 시스템이면 충분하다.
위키피디아에는 영업을 '측정 가능한 마일스톤에 의해 반복해서 움직이는 체계화된 프로세스'라고 정의돼 있다. 그러나 영업 현장에선 기본과 표준이 무시되고, 직감과 경험을 내세우는 영업 베테랑에 의해 기본이 왜곡된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플랫폼으로 영업 관리 시스템 또는 영업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영업 문화와 패러다임을 바로잡는 길라잡이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영업직원이 고객을 만나는가?' '고객의 불평, 충고, 칭찬, 고민이 빠짐없이 기록되는가?' '고객의 얘기가 기록, 축적, 공유되는가?' '고객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는가?'
기본 중 기본이 되는 상식이지만 이것의 영업의 전부다. 그러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며, 이러한 기본은 지나치면서 결과와 관련된 지표에 빠져 있다.
오늘 결과를 보고 지금 바로잡아 당장 무엇이 바뀌길 기대하는 경영층은 없다. 오늘 영업의 성과는 지난 시간 많은 사람이 흘린 땀과 열정의 산물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고객을 만나고, 팀이 고민하여 계획하고 실행한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 내일 결과로 나타난다. 무엇이 잘못되고 어디가 막혀있는지 왜 안되는지를 수치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영업관리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영업 결과와 예측은 영업 조직 책임자의 몫이다. 그 정보는 경영관리, 재무 등 부서에서 정확하게 제공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영업직원과 영업 일선 관리자가 기본에 입각한 영업 활동을 하도록 바른 길을 제시하고, 그것이 체계를 갖춰 운용되게 하는 것이 경영층과 영업 조직 책임자의 책무이다. 영업 관리, 세일즈 자동화란 이름의 SW 툴은 그 도구로써 사용돼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멋진 분석 및 예측 차트를 올려놓고 숫자로 회의하는 영업 조직은 그 시간과 에너지를 4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나머지는 기본 점검에 쓰고, 고객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영층은 더 이상 BCG의 늪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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