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리콜 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발생한 화재 사고 40여건에 대해 EGR 결함일 뿐 SW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과 차이가 났다. 최근 민간 전문가들도 화재 원인으로 '바이패스 밸브 ECU 세팅'을 지목하고 리콜 받은 차량의 성능 저하까지 나타나면서 SW가 새로운 '스모킹건'으로 떠오르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한 '화재 리콜'에서 EGR 모듈 및 밸브 교체와 함께 '콘트롤 유닛 프로그래밍' SW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BMW코리아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에는 EGR 교체만 명시돼 있는 것과 달리 실제 리콜에서는 하드웨어(HW)와 SW 모두 리콜한 것이다.
SW 업데이트는 부품 교체와 달리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리콜 대상 차주들은 당초 예약 시간보다 한나절에서 하루 늦게 차량을 받을 수 있었다. 리콜을 마친 차량들은 SW 업데이트로 인해 모든 설정 값이 초기화됐다. 또 주행 감각이 무거워지고, 실제 연비도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EGR 모듈 교환과 함께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 ECU 세팅을 바꾸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본지가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과 BMW 차량을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한 결과에서도 EGR 바이패스 밸브 ECU 세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정비 지침서에 따르면 냉각 수온 50도 이하에서만 열려야 할 EGR 바이패스 밸브가 고속 주행에서 열리면서 600도가 넘는 배기가스가 유입, 플라스틱 소재 인테이크 파이프를 녹이는 데 주요 원인으로 역할 했다는 것이다.
최영석 선문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고속 주행에서 온도 500~600도가 넘는 배기가스가 엔진룸으로 유입되는데도 지금까지 화재 사고 차량에서 경고등이 나온 적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ECU를 통해 위험하게 설정한 것은 바이패스 밸브가 주행 도중에 열릴 경우 산화질소가 저감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BMW가 위험하게 설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SW 조작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 사태가 'SW 문제'로 드러날 경우 제2의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어 BMW 측이 SW 부분을 철저히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다른 전문가들은 EGR 모듈 또는 다른 HW 문제이거나 SW 조작이 아닌 잘못된 세팅 값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BMW가 바이패스 밸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화재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못한 것 같다”면서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밸브 사용을 임계에 가까이 올렸다가 국내에서 폭염 등 영향으로 임계를 넘어간 것이지 SW 조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이번 리콜 과정에서 SW 업데이트가 어떤 이유로 이뤄졌는지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또 EGR 모듈 결함 외에는 뚜렷한 화재 원인을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SW 업데이트 부분은 EGR 밸브 셀프 클리닝 과정에서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이다. 최신 리콜과정에서 SW는 손대지 않은 것으로 자체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번 화재 사태는 EGR 모듈에서 냉각수가 흘러나오면서 발생한 HW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